한화 이어 두산도 철수…'황금알'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왜 '미운오리 새끼'됐나
입력
수정
지면A2
서울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13개 난립
中 보따리상에만 의존?
황금알 낳는 거위 배는 누가 갈랐나2015년 서울에는 여섯 곳의 시내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이 있었다. 이 숫자는 2016년 9개, 2017년엔 10개로 늘었다. 올 들어선 13곳이 경쟁했다. 이전까지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숫자를 철저히 통제하던 정부가 대거 추가 허가를 내주면서다.
정부가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을 늘려주며 내세운 명분은 ‘외국인 관광객 편의 제공’이었다.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했던 시기다. 정부는 내심 롯데, 신라 두 곳이 장악하고 있던 시장 판도를 바꾸고 싶어 했다. 특허만 새로 내주면 신규 사업자가 롯데, 신라만큼 잘할 것으로 판단했다. 공공연히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특허’를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특혜’라고 불렀다.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사업을 그만큼 ‘쉽게’ 봤다.
정부는 2015년 7월 서울 시내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세 곳에 특허를 줬다. HDC신라, 한화, SM 등 세 곳이 따냈다. 그해 11월 추가로 신세계와 두산에도 특허를 부여했다. 이듬해인 2016년 12월에는 현대백화점 차례였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리던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의 배를 그렇게 갈랐다.사드가 바꿔놓은 판도
새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들이 문을 열 때만 해도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2015년 말 HDC신라가 용산 아이파크몰에서, 한화갤러리아가 여의도 63빌딩에서 각각 영업을 시작했다. 신세계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명동점, 두타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등도 그 뒤를 따랐다.금세 자리를 잡는 듯했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이 쏟아져 들어온 영향이었다. 여행사에 수수료만 쥐여 주면 유커를 태운 버스를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앞에 세웠다. 유커는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쓸어 담았다. 화장품, 미용기기, 밥솥 등이었다. 루이비통, 샤넬 같은 해외 명품 없이도 장사할 만했다.
그러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가 터졌다. 2017년 3월 중순 일이다. 유커가 뚝 끊겼다.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들이 세워놓은 사업계획은 틀어졌다. 유커 아니면 대안이 없었다.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들 ‘실력’은 그렇게 드러났다. 경쟁력 있는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과 그렇지 않은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으로 갈렸다.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등 3대 명품과 럭셔리 브랜드가 있고, 입지가 좋고, 영업 노하우를 쌓은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은 타격이 덜했다. 기존 사업자인 롯데와 신라가 그랬다. 신세계도 그동안 쌓은 명품업체들과의 관계로 어려운 시기를 돌파했다. 나머지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은 대책 없이 매출 급감을 보고 있어야 했다.
따이궁은 양날의 칼사드 사태 이후 중국인 보따리상(따이궁)이 국내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을 먹여 살렸다. 매출의 약 70%가 이들로부터 나왔다.
보따리상은 과거보다 더 많이 물건을 샀다. 국내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들은 총액 기준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계속 냈다. 하지만 실속이 없었다.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간 경쟁이 치열해져 이들에게 돈을 더 쥐여줘야 했다. 100만원어치를 사면 약 20만원을 돌려주는 식이었다.
한화, 두산 등 신규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도 이런 영업을 했다. 두타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이 거둔 작년 매출 약 6800억원은 이렇게 나왔다.
올 들어선 따이궁 유치마저 쉽지 않아졌다. 따이궁은 점점 기업화됐다. 중국 정부가 따이궁에 세금을 물리고, 통관 절차를 철저히 지킬 것을 주문하자 소규모 따이궁은 확 줄었다. 과거엔 5000여 개 따이궁이 활동했다면 지금은 100곳 정도만 영업한다. 이들을 관리할 수 있는 곳은 정해져 있었다. 해외 명품 등 브랜드를 갖추고 있고, 물건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으면서, 기존 네트워크를 끈끈하게 유지하고 있는 롯데, 신라, 신세계 등이다.판만 벌여놓으면 장사가 될 줄 알았던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사업. 이 사업이 실은 롯데, 신라, 신세계처럼 그룹 오너가 직접 나서 명품업체와 장기간 신뢰를 쌓아야 지속 가능하다는 것을 두산과 한화가 보여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