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에 빠진 도쿄파라오 슬롯…日·IOC '출구전략' 카드 꺼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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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예정대로 개최" 강행에국제파라오 슬롯위원회(IOC)와 일본이 ‘사면초가’에 처했다. 2020 도쿄파라오 슬롯을 예정(7월 24일~8월 9일)대로 열겠다는 강성 행보가 세계 각국 스포츠 단체들의 거센 반발에 부닥쳤다. 나라별 파라오 슬롯위원회까지 대회 연기 요청 성명을 연일 쏟아내며 IOC와 일본의 결단을 압박하고 있다. IOC와 일본이 이미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출구 전략’까지 짜놨다는 얘기도 나온다.
세계 스포츠 단체들 거센 반발
브라질 등 각국 파라오 슬롯위원회도
연기요청 성명 연일 쏟아내
글로벌 체육계 “파라오 슬롯 연기해야”브라질 파라오 슬롯위원회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도쿄파라오 슬롯 연기를 요청했다. 브라질은 직전 대회인 2016 리우데자네이루파라오 슬롯을 개최한 나라다. 브라질 파라오 슬롯위는 “도쿄파라오 슬롯을 예정보다 1년 뒤에 치르는 것이 옳다”며 “세계에서 25만 명 이상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것을 생각하면 선수들이 파라오 슬롯을 준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파울루 반덜레이 브라질 파라오 슬롯위 위원장은 “체육관, 공공장소가 폐쇄된 채 대회가 열리면 모든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으로 파라오 슬롯에 출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파라오 슬롯위는 20일 IOC에 도쿄파라오 슬롯 연기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슬로베니아와 콜롬비아 파라오 슬롯위 위원장 역시 도쿄파라오 슬롯 개최 시기가 미뤄져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팀 힌지 미국수영연맹 회장은 “선수들의 안전이 확보될 수 있도록 도쿄파라오 슬롯 일정이 조정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맥스 시걸 미국육상경기연맹 회장도 “선수, 지도자 등의 건강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미국 파라오 슬롯위가 IOC에 도쿄파라오 슬롯 연기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고 들어간 IOC·日IOC와 일본은 예정대로 대회를 연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20일 “파라오 슬롯이 4개월 정도 남은 지금 시점에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현재로서는 파라오 슬롯을 연기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역시 공식적으로는 ‘규모를 축소하지 않고 완전한 형태로 대회를 치를 생각’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비밀리에 도쿄파라오 슬롯 연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오는 등 달라진 기류도 감지된다. 로이터통신은 “도쿄 조직위가 파라오 슬롯 연기 초안을 마련하기 시작했다”고 22일 전했다. 언제 발표할 것이냐가 관건일 뿐, 연기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IOC의 행보도 다급해졌다. 이번주에도 또다시 파라오 슬롯 관련 긴급회의를 연다.
일본은 파라오 슬롯 준비를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스폰서십 30억달러(약 3조6500억원), 인프라 구축 126억달러(약 15조원) 등 35조원을 썼다. IOC 역시 900억엔(약 1조411억원)대의 입장권 판매 수익과 거액의 중계권 수입이 날아갈 수 있는 처지다. 중계권은 IOC 전체 수입의 73%에 달한다. 이미 미국이 지급한 도쿄파라오 슬롯 중계권료만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다. 일본과 IOC가 대회 연기나 취소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라는 지적이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