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맨해튼 빈 슬롯 머신 1만3000여채…사상 최고치

코로나19 여파…"대도시 떠난 뒤 안 돌아와"
'이사철' 7~8월에도 슬롯 머신 둔화세 뚜렷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뉴욕 맨해튼의 빈 슬롯 머신 수가 1만3000채를 넘겨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뉴욕 맨해튼은 미국 슬롯 머신 임대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으로 꼽힌다.

CNBC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부동산기업 더글러스엘리먼과 밀러새뮤얼의 보고서를 인용해 최근 맨해튼에서 임대차용으로 등록된 빈 슬롯 머신가 1만3117채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더글러스엘리먼 등이 통계를 작성한 14년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작년에 비하면 빈 집이 두배 이상 늘었다. 맨해튼에서도 부촌으로 꼽히는 어퍼이스트사이드 지역은 신규 임대계약이 전년대비 39% 떨어졌다.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주민들이 대도시를 떠나 돌아오지 않으면서 빈 슬롯 머신가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CNBC는 "당초 시장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인 3~4월 도시를 떠난 이들이 봉쇄조치 완화 이후인 7~8월엔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러나 7월에도 쌓여있는 임대차 매물이 빠지지 않고, 이달 시장도 둔화된 분위기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 슬롯 머신 부동산 시장에서 7~8월은 통상 '부동산 성수기'로 통한다. 9월 새학기 시작을 앞두고 살 집을 찾는 이들이 많아서다. 반면 올해는 7~8월에도 시장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CNBC는 "이는 맨해튼 부동산 시장 약세가 올 가을이나 그 이후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지만 맨해튼 슬롯 머신 임대료는 여전히 비싼 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방 두 개짜리 슬롯 머신 1개구 평균 임대료가 월 4620달러(약 550만원)에 달한다. 작년에 비해 약 10% 가량만 내렸다.CNBC는 "미국 최대 슬롯 머신 임대시장인 맨해튼에서 빈집이 쌓이면서 미 경제 전반에 파급효과가 생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맨해튼 슬롯 머신 임대료의 절반 가량은 대형 부동산기업이 아니라 개인이나 영세 부동산기업 소유로 추정되서다. CNBC는 "집주인들이 임대료 소득을 받지 못하면 재산세를 내기 힘들어질 것"이라며 "뉴욕시의 최대 수익원이 재산세이기 때문에 이때문에 각종 시 서비스가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