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판매 거의 제로 수준"…잘 나가던 슬롯 꽁 머니에 무슨 일이 [김일규의 네 바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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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6 등 이달 들어 대부분 모델 등록 중지지난 4월 슬롯 꽁 머니 A6 디젤 모델을 계약하고 5월 초 차량을 인도받기로 한 A씨는 당일 갑자기 담당 딜러에게 차량을 등록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본사 사정 때문이라는 게 딜러의 설명이었다. A씨는 "차량 인도 당일 등록이 안된다는 얘기를 들어 황당했다"며 "담당 딜러 역시 직전 주말에야 회사에서 등록 불가 얘기를 들은 터라 따질 데도 없었다"고 말했다.
슬롯 꽁 머니 "본사 지침 따른 점검 과정" 해명
28일 업계에 따르면 5월 들어 슬롯 꽁 머니 상당수 모델이 국내에서 차량 등록을 중지했다. 이 때문에 이달 슬롯 꽁 머니 국내 판매량이 급격히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슬롯 꽁 머니는 올 들어 3월까지 매월 2000~3000대안팎 차량을 판매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슬롯 꽁 머니의 5월 판매량은 거의 제로(0)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자동차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추측과 불만만 쏟아지고 있다. 슬롯 꽁 머니 차량에 일부 결함이 생긴 것 아니냐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정부 인증 관련 문제가 생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슬롯 꽁 머니폭스바겐코리아 측은 그러나 "독일 본사의 지침에 따라 일시적으로 출고가 지연되는 것일 뿐"이라며 "빠른 시일 내 정상 출고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환경부 등은 이번 일과 관련 없다고 설명했다.슬롯 꽁 머니폭스바겐코리아 측 설명을 종합하면 본사 차원의 내부 오퍼레이션 과정이며, 가끔씩 있는 일이고, 일시적이며, 조만간 해결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장에선 슬롯 꽁 머니가 2016~2017년 디젤 엔진 배기가스 인증 조작 파문 뒤 암흑기를 거치면서 각종 점검을 강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슬롯 꽁 머니가 이런 식으로 출고를 일시 중지한 것은 여러 차례다.
출고 중지 때마다 혼선을 빚는 것은 소비자다. 영업 전선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슬롯 꽁 머니 측이 매번 정확한 상황을 알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사전 예고가 없는 것은 물론 무슨 모델에 어떤 점검 사항이 생겼는지, 언제 정상화하는 지 등에 대해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매번 추측만 난무하는 상황이다.2015년만 해도 연간 3만2500여대를 판매했던 슬롯 꽁 머니는 배기가스 사태가 벌어진 2016년 이후 급격히 추락했다. 2019년까지 연 1만대 안팎 판매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부터 부활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2만5500여대를 판매하며 메르세데스-벤츠, BMW에 이어 '수입차 빅3'에 복귀했다. 절치부심의 결과다.
독일 본사의 지휘를 받는 국내 법인으로서 대응에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슬롯 꽁 머니로선 반갑지 않은 상황을 굳이 먼저 알려서 우려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앞설 수도 있다. 그러나 매번 이런 식이면 곤란하다. 당장의 곤란함은 피할 수 있겠지만, 사업의 지속성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