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오 슬롯 '회의·다과'에 하루 149만원 쓴 靑…4년간 예산 내역 뜯어보니

청와대 예산액 및 파라오 슬롯 분석

文의 靑, 4년 간 업무추진비 총 267억 파라오 슬롯
간담회 등 106억, 경조화·기념품 102억 등
朴 때 보다 파라오 슬롯는 40% 늘었지만
특활비·특경비 예산 줄여 전체 업무지원비↓
지표 하나 파라오 슬롯 공개문서 사라져
"국민 알 권리 위해 공개 내역 확대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음식점에서 수석 보좌진과 식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재임 후 청와대에서 지난 약 4년간 쓴 업무추진비(업추비)가 총 267억원으로 집계됐다. 하루평균 1880만원을 쓴 셈이다. 이는 같은 기간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쓴 업추비보다는 40% 가량 증가한 것이지만, 특수활동비(특활비)와 특정업무경비(특경비) 등 유사 비용을 포함한 전체 업무지원 관련 파라오 슬롯은 연 평균 25% 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가 사용처가 불투명한 특활비와 특경비 예산을 크게 줄인데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업추비 파라오 슬롯 내역 중 일부를 비공개로 전환해 '혈세 파라오 슬롯 내역'에 대한 공개를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靑 비서실, 지난 4년간 하루 평균 1880만원 써

표=신현보 파라오 슬롯닷컴 기자
1일 한경닷컴이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의 업추비 예산 및 파라오 슬롯을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10일부터 2021년 3월 31일까지 1422일간 총 267억3024만원의 업추비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을 비롯한 주요 행정부처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에 따라 업추비 집행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2018년까지는 반기별로, 2019년 이후부터는 분기별로 공표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용처 및 사용처별 파라오 슬롯은 공개하지 않는다.지난 4년간 청와대는 '정책조정 및 현안 관련 간담회비 등'에 총 106억4982만원을 썼다. 이중 '관계기관(단체) 정책 협의비 등'에 71억9298만원, '기타 민심청취 경비 등' 23억1970만원, '전문가 자문·간담회비 등' 11억3714만원이 쓰였다.

이밖에 '각계각층 경조화비 및 관람객 기념품비 등'은 101억7311만원, '국내외 주요인사 초청행사비 등' 37억8330만원, '부서운영 지원 등 기타경비' 21억2400만원의 세금이 업추비로 파라오 슬롯됐다. '부서운영 지원 등 기타경비' 등에 대해 청와대 자료는 각종 회의준비 및 다과 구입 등 비용으로 설명해왔다.

하루 평균치로 계산해보면 '정책조정 및 현안 관련 간담회비 등'는 749만원이며 이 가운데 '관계기관(단체) 정책 협의비 등)' 506만원, '기타 민심청취 경비 등' 163만원, '전문가 자문·간담회비 등'에는 80만원이 쓰였다. 또 '각계각층 경조화비 및 관람객 기념품비 등'은 715만원, '국내외 주요인사 초청행사비 등' 266만원, '부서운영 지원 등 기타경비'는 149만원 쓰인 것으로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와 비교하면…

표=신현보 파라오 슬롯닷컴 기자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업추비 파라오 슬롯은 이전 정부에 비해 얼마나 많은 것일까. 업추비만 놓고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 때에 비해 크게 늘어났다. 이번 분석 시기와 비슷하게 2013년 2월 25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1406일 동안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가 사용한 업추비 사용액과 비교할 경우,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41% 가량(190억원→167억원)을 더 많이 썼다. 파라오 슬롯이 박근혜 정부 당시 연 평균 약 47억원에서 문재인 정부 들어 약 67억원으로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업추비와 성격이 유사한 특활비와 특경비까지 함께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체 예산 및 파라오 슬롯은 전 정부 때 보다 크게 줄었다. 박근혜 대통령 재임 4년 동안 업추비·특활비·특경비를 포함한 전체 청와대 업무지원 관련 예산은 연평균 240억원 정도였고, 이중 약 230억원이 집행됐다.이에 비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업추비·특활비·특경비 예산은 2018년 184억원이었고, 이 중 182억원이 집행됐다. 2019년에도 184억원의 예산이 편성돼 183억원이 집행됐다. 2020년에는 이 예산이 170억원, 파라오 슬롯이 166억원으로 더 줄었다. 업추비 예산을 늘리는 대신 상대적으로 불투명하게 집행되는 특활비와 특경비 예산을 줄인 결과다.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늘어야할 공개 정보, 오히려 줄었다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 업무추진비 파라오 슬롯내역 공개 자료. 왼쪽이 2018년 4분기분, 오른쪽이 2019년 1분기분. 2019년부터 파라오 슬롯 횟수 지표가 사라졌다. /출처=청와대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파라오 슬롯 공개내역 중 지표 하나가 사라진 것이다. 그간 청와대의 파라오 슬롯 내역은 보다 투명하게 공개될 필요성이 제기돼왔던 터다.

여전히 세부 집행 내역에 대해서는 알 수 없는 가운데, 2019년 1분기부터 파라오 슬롯 유형별 집행 횟수가 사라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업추비 집행횟수는 재정관리시스템에 자동 등재되어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어 별도로 공개하지 않는다"며 "추후 공개 필요성을 검토해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민의 알 권리가 보다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예산을 줄여 세금을 절감한 것은 잘한 일이지만, 공개 내역이 확대된 게 아니라 줄어든 것은 아쉽다"며 "보안상 모든 내역을 투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청와대 예산 및 파라오 슬롯은 더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예산 및 파라오 슬롯 삭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업추비 지표의 공개 및 비공개 필요성 적절 여부는 국민이 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현보 파라오 슬롯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