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 못추는 슬롯 꽁 머니…깜짝실적株로 갈아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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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국채금리 급등…슬롯 꽁 머니 치명타시장의 색깔이 극명하게 바뀌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기 긴축에 대한 우려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코로나19 이전인 2020년 1월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주가에 많이 반영돼 있는 슬롯 꽁 머니에 금리 상승은 ‘독’이다.
공매도 늘고 손절매 이어질 우려
4분기 실적 대폭 상승 기대되는
한국조선해양 올들어 8% 뛰어
'경기민감주' 금융·보험도 상승세
지난해에도 지금과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작년 3월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카카오 등 슬롯 꽁 머니의 주가는 잠시 주춤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Fed는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입장이었던 데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경기 회복이 어려워지면서 국채금리는 다시 하락했다. 슬롯 꽁 머니는 큰 폭으로 반등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작년을 기억하며 올해도 슬롯 꽁 머니 저가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카카오를 77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 순매수 종목 1위다.
금리 급등 버티지 못한 슬롯 꽁 머니
하지만 작년과는 시장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당시에는 슬롯 꽁 머니들의 이익 추정치가 연일 상향 조정되는 국면이었다면, 지금은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이익 추정치가 잇따라 하향 조정되고 있다. 슬롯 꽁 머니가 금리 상승을 견디지 못할 수 있는 국면에 들어선 것이다.10일 시장 상황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금리 상승’과 ‘어닝쇼크’였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7일 연 1.765%까지 올랐다. 슬롯 꽁 머니의 상징과도 같은 카카오 주가는 3.4% 하락한 9만6600원으로 10만원 선을 뚫고 내려갔다. 카카오뱅크(-7.09%), 카카오페이(-3.26%) 등도 동반 하락했다. 시장은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고(高)PER(주가수익비율) 종목이 아니었음에도 LG생활건강은 4분기 어닝쇼크 우려에 주가가 13.41% 하락했다.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66개 분기 연속 이익 증가의 신화(LG생활건강)’, ‘플랫폼 불패 신화(슬롯 꽁 머니)’ 등 장기간 이어져 온 신화들이 깨지는 국면”이라며 “이런 신화가 무너지는 국면에선 공매도가 증가하고, 손절매가 이어지면서 낙폭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LG생활건강을 시작으로 아모레퍼시픽(-5.3%), F&F(-4.63%) 등 중국 소비재 관련주로 냉기가 확산됐다. 이 밖에도 4분기 예상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들의 슬롯 꽁 머니가 줄줄이 떨어졌다. 지난 7일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LG전자는 증권사들의 추정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발표했다. 이날 LG전자 슬롯 꽁 머니는 5.45% 하락했다.
‘어닝 서프라이즈’ 기업 찾아라
시장은 PER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경기 회복 국면에 수혜를 보는 경기민감주는 상승했다. KB금융(3.77%) 신한지주(2.39%) 하나금융지주(4.49%) 우리금융지주(6.49%) 삼성화재(3.73%) 메리츠화재(6.38%) 등 금융·보험슬롯 꽁 머니 큰 폭으로 올랐다.4분기 실적 전망치가 큰 폭으로 상승한 기업들도 주목할 만하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의 4분기 이익 추정치는 3개월 전 대비 68% 늘어났다.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다 수주 낭보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벌써 3조원 상당의 선박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올 들어 슬롯 꽁 머니는 8.35% 올랐다.정성한 신한자산운용 알파운용센터장은 “PER이 높지 않으면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을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에코프로비엠과 같은 고평가된 순수 배터리 소재주보다는 고려아연처럼 전통 산업에 기반을 두고 있으면서도 슬롯 꽁 머니 동력을 탑재한 종목을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