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3만원' 슬롯사이트 볼트 저점?…'M&A 귀재'가 2500억어치 산 까닭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흠슬라' 주가 저점왔나...SM상선 등 지분 2% 넘어
슬롯사이트 볼트 순이익 3.1조 '최대'...PER 1.81배 저평가
주식 전환할 영구채 2조...주가 누를 악재
'M&A귀재' SM그룹 행보에 관심..."다각적 포석"
슬롯사이트 소닉 메이저 해상운임 상승에 팬오션·HMM 등 해운주 '들썩들썩'
2020년 3월에 2000원대에 불과하던 슬롯사이트 볼트 주가는 2021년 5월 장중 5만원을 돌파하며 25배가량 뜀박질했다. 투자자들 사이서 '흠슬라(슬롯사이트 볼트+테슬라)'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잘나가던 이 회사 주식은 최근 1년 새 내리막길을 걸으며 3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주가가 내려간 것과 맞물려 SM상선과 대한해운 등 SM그룹 계열사들이 슬롯사이트 볼트 주식을 올들어 2500억원어치나 매입했다. '저가 매수'라는 분석이 많지만 '인수합병(M&A) 귀재'로 통하는 SM그룹의 행보인 만큼 다른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M그룹, 슬롯사이트 볼트 보유지분 2.82%

2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SM상선은 이달 13~19일에 슬롯사이트 볼트 주식 266만6667주를 80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SM상선은 이번 매입으로 슬롯사이트 볼트 보유 지분이 1.6%에서 2.0%로 불어났다. 이 회사는 지난 4월에 710억원어치, 이달 12일 840억원어치 슬롯사이트 볼트 주식을 각각 사들이는 등 올들어 2350억원어치를 매입했다. SM그룹 관계자는 인수 배경에 대해 "단순한 투자 차원으로 다각적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SM그룹의 다른 해운 계열사인 대한해운도 올들어 슬롯사이트 볼트 주식 119억원어치를 샀다. 매입에 따라 슬롯사이트 볼트 보유지분은 0.6%로 늘었다. SM상선과 대한해운이 보유한 슬롯사이트 볼트 지분은 총 2.6%다.

SM상선을 비롯한 SM그룹 계열사는 2020년부터 슬롯사이트 볼트 주식을 매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슬롯사이트 볼트은 지난 2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500원(4.98%) 오른 3만1650원에 마감했다. 전날은 올랐지만, 작년 5월 28일 장중 고가인 5만1100원과 비교해 38.06%나 하락한 가격이다.주가와는 대조적으로 이 회사 실적은 역대급 기록을 갈아치우는 중이다. 슬롯사이트 볼트의 올해 1분기 매출은 4조918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6%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08.9% 늘어난 3조1486억원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올 1분기 평균 4851포인트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74.5% 상승한 영향이다.


슬롯사이트 볼트 인수합병 10조 들어갈듯…다른 포석 있나?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회사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1.81배로 해운업계 평균(7.65배)을 크게 밑돌았다. 주가가 극도로 저평가됐다는 의미다. 이 회사 주가를 누르는 부정적 재료가 상당한 영향이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슬롯사이트 볼트 영구채(신종자본증권) 규모는 지난 3월 말 기준 2조6798억원에 이른다.

이 영구채는 단계적으로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슬롯사이트 볼트 유통 주식은 현재 4억8900만 주에서 9억주까지 늘어나게 된다. 슬롯사이트 볼트의 최대주주는 산은으로 보유 지분이 20.69%에 이른다. 해양진흥공사는 19.96%를 보유 중이다.M&A 귀재로 통하는 SM그룹 우오현 회장이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우 회장은 건전지 제조업체 벡셀(2005년), 경남모직(2006년), 남선알미늄(2007년), 티케이케미칼(2008년) 등을 연달아 사들였다. 2013년에는 당시 업계 4위 대한해운을 인수하면서 해운업에 진출했다. 2016년 벌크전용선사 삼선로직스(현 대한상선)를 사들였고, 같은 해 한진해운의 미주노선과 자산을 인수해 SM상선을 세웠다. 해운업계는 슬롯사이트 볼트까지 눈독 들이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슬롯사이트 볼트 지분은 물론 영구채까지 상환하려면 10조원가량이 들어갈 전망이다. SM그룹이 이만큼의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M&A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