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소고기도 연말까지 '슬롯 사이트 0%' 검토

정부, 돼지고기·밀·식용유 이어
'밥상물가 안정' 후속 조치 나서
소매가격 5~8% 인하 효과 예상
정부가 수입 돼지고기에 이어 수입 소고기에 대해서도 슬롯 사이트율을 0%로 낮추는 할당슬롯 사이트 적용을 검토 중이다. 국내 소고기 소비량의 65%를 차지하는 미국·호주산 등 수입 소고기 가격이 1년 전보다 30% 가까이 오르며 ‘식탁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수입 소고기에 대한 할당슬롯 사이트를 연말까지 0%로 낮추는 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지난 5월 물가안정 대책으로 돼지고기와 식용유, 밀·밀가루 등 7개 품목에 0% 할당슬롯 사이트를 적용한 데 이은 후속 조치다. 올해 미국산 소고기 슬롯 사이트율은 10.7%, 호주산은 16%, 뉴질랜드·캐나다산은 18.7%다. 운송·저장 등 유통비용이 50%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할당슬롯 사이트를 통해 5~8% 수준의 소매가격 인하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 정부 분석이다.

2012년 미국을 시작으로 호주(2014년), 캐나다·뉴질랜드(2015년) 등 주요 소고기 생산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2012년 30만t에 불과했던 소고기 수입량은 지난해 46만9000t으로 10년 만에 50% 이상 늘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전체 소고기 공급량(71만6500t)의 65%에 달하는 수치다.

정부는 FTA 체결에 따라 전자제품, 기계부품 등 산업재에 대한 슬롯 사이트는 상당 부분 즉시 철폐했지만 소고기와 같은 농·축·수산물에 대한 슬롯 사이트는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했다. FTA 체결 이전 40%에 달했던 소고기 슬롯 사이트율은 15년에 걸쳐 매년 2.6%포인트 낮추기로 했다. 아직 10% 넘는 높은 슬롯 사이트가 유지되고 있는 이유다.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는 소고기에 대한 할당슬롯 사이트 적용을 두고 상당 기간 고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정 기간 일정량의 수입품에 대해 슬롯 사이트율을 조정하는 할당슬롯 사이트가 국내 축산업계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5월 소비자 물가동향’에서 수입 소고기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27.9%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률(5.4%)을 넘어서는 식품 물가 상승(7.1%)을 주도하는 등 여파가 커지자 할당슬롯 사이트 적용으로 가닥을 잡았다.

업계에선 “수입량의 90% 이상이 이미 무슬롯 사이트였던 돼지고기에 비해 소고기는 슬롯 사이트 인하에 따른 소비자 가격 안정화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고기는 미국(53.3%) 호주(38.2%) 뉴질랜드(4.3%) 캐나다(3.6%) 등 4개 국가에서의 수입량이 99%에 달한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