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현대百도 찾은 '슬롯 꽁 머니 개발자'…"세 번의 수술 후 몸과 사업 되살려준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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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종양이 한꺼번에 세 군데에서 발견됐다. 담낭, 폐, 후두…. ‘목회의 길을 걸으라’는 부친의 말을 뿌리치고, 30대 초반부터 유기농 사업에 매진한 결과는 참혹했다.
최정휘 애디드바이옴 슬롯 꽁 머니
천보내츄럴푸드라는 유기농 전문 기업을 창업해 매각까지 했으니, 사업은 성공적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그의 몸은 세 번의 전신마취 수술로 만신창이가 됐다. 고립과 단절만이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유일한 빛이었다. 그때 오아시스처럼 슬롯 꽁 머니를 만났다. 요즘 유통업계에서 입소문이 퍼지고 있는 ‘애디드슬롯 꽁 머니’ 개발의 주인공 최정휘 애디드바이옴 대표(사진) 얘기다.최 대표는 2017년 모든 것을 뒤로하고, 오로지 ‘쉼’을 위해 미국 하와이로 갔다. 이후 3년 만인 2019년 귀국했다. 29일 만난 최 대표는 “종양 제거 수술을 하면서 설상가상으로 터진 허리 디스크도 완쾌됐다”며 “슬롯 꽁 머니를 포함한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이라는 거대 시장에 대한 열정으로 다시 사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슬롯 꽁 머니는 주로 홍차를 발효한 원액에 과일을 배합한 음료다. 효모를 넣어 차를 약 3주간 발효하는 과정에서 초산, 젖산(유산균), 구연산, 포도당, 비타민 등 장내 유익균이 만들어진다.
리서치앤드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슬롯 꽁 머니 시장은 3조7000억원 규모다. 최 대표는 “슬롯 꽁 머니 전체 시장의 9할은 미국”이라며 “할리우드 배우 등 미국 주류 백인들의 건강 음료로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빠르게 성장 중”이라고 설명했다. 넷플릭스에 최근 걸린 영화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유니언’에서 등장인물들이 그리스의 섬에 모였을 때 마시는 음료가 슬롯 꽁 머니다.최 대표가 슬롯 꽁 머니를 만난 것은 ‘몸이 보내는 신호’ 덕분이었다. 하와이로 이주한 첫해 여름 어느 날, 그는 집 앞 홀푸드마켓에 아침 먹거리를 사러 갔다.
운동복 차림의 여성들이 줄지어 무언가를 집어 들고 있었다. 슬롯 꽁 머니였다. “종류가 40여 개는 돼 보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줄을 따라 서게 되더군요.”
그때부터 최 대표는 공부하듯 슬롯 꽁 머니를 찾아다녔다. 파면 팔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코스트코에 가보니 자체브랜드(PB)인 ‘커클랜드’를 붙여 슬롯 꽁 머니를 팔고 있었습니다. 상품 소싱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코스트코가 커클랜드를 달아 팔 정도면 시장성이 엄청나다는 방증이죠.”최 대표는 슬롯 꽁 머니의 기능성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발효 방법을 바꿨다. 발효학 분야에서 국내 최고 권위를 가진 계명대팀과 협업해 현미를 활용한 방안을 고안해냈다.
“일반적인 슬롯 꽁 머니는 효모에 설탕이나 사탕수수 등의 당을 넣어요. 애디드슬롯 꽁 머니는 통현미라는 전분을 당으로 전환하는 특허를 활용합니다. 현미 원당이 만들어내는 유기산이 항균력 측면에서도 우수하다는 것을 입증했어요.”
애디드슬롯 꽁 머니는 맛의 탁월함도 인정받았다. 코스트코코리아에선 슬롯 꽁 머니를 딱 한 종류만 판매하고 있다. 그게 애디드슬롯 꽁 머니다. 이마트도 PB ‘피코크 슬롯 꽁 머니’ 외에 타사 제품으로는 애디드슬롯 꽁 머니만 판매 중이다. 올리브영, GS25, 현대백화점, 쿠팡, 마켓컬리 등에도 입점했다. 미국의 H마트에 입점했다. 최 대표는 “미국 코스트코를 비롯해 홀푸드마켓 등과도 입점을 협상하고 있다”고 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