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대통령실은 관저 아냐…100m 이내 슬롯 꽁 머니 금지 부당"

지난해 12월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참사 희생자 시민분향소에서 시민들이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주최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성탄대축일 미사를 기다리는 가운데(오른쪽) 보수 단체가 슬롯 꽁 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이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가 아니므로 인근 슬롯 꽁 머니·행진을 경찰이 원천 금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재차 판단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민주노총 전국금속노동조합이 서울경찰청장과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금속노조는 다음 달 1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대통령 집무실 인근인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 4개 차로에서 약 3000명이 참여하는 슬롯 꽁 머니를 하고 삼각지역부터 시청광장까지 행진하겠다고 이달 20일 서울경찰청과 서울 용산경찰서에 신고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슬롯 꽁 머니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 3항과 12조를 근거로 금지통고를 했다. 11조 3항은 대통령 관저, 국회의장 공관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 옥외 슬롯 꽁 머니·시위를 금지하도록 한 조항이다. 12조는 교통 소통을 위해 슬롯 꽁 머니·시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금속노조는 26일 금지통고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신청과 처분 자체를 취소해달라는 본안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이를 심리한 재판부는 본안 소송이 선고될 때까지 슬롯 꽁 머니 참여 인원과 차로를 제한하는 조건으로 슬롯 꽁 머니 금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라고 결정했다.재판부는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에 포함된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므로 이를 근거로 전쟁기념관 앞에서 슬롯 꽁 머니 개최를 전면 금지하는 건 슬롯 꽁 머니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만 "3000명의 인원이 전쟁기념관 앞 4개 차로 전부를 점거해 행진하면 주요 도로·주변 도로 그리고 서울 도심 전체의 교통 소통에 심각한 장애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교통을 방해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를 허가했다.

구체적으로 전쟁기념관 앞↔삼각지파출소 구간은 질서유지인 포함 500명에 한해 30분 이내로 최대한 신속히 통과할 것과 전쟁기념관 앞 4개 차로 중 일반 차량 등이 교통할 수 있는 2개 차로를 상시 확보할 것 등이다.이에 대해 금속노조 측은 "슬롯 꽁 머니가 열리는 주요 도로와 주변 도로의 교통 소통에 장애를 발생시키는 경우에만 금지할 수 있는데 슬롯 꽁 머니 신고 장소인 이태원로는 주요 도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앞서 법원은 대통령 집무실이 집시법상 슬롯 꽁 머니를 금지할 수 있는 '대통령 관저'로 해석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놓은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참여연대가 용산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금지 통고처분 취소 소송을 이달 12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서울경찰청은 이 판결과 관련해 "1심 재판부는 관저의 사전적 의미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이는데 법조계 내에서도 입법 취지와 연혁적 해석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조아라 슬롯 꽁 머니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