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살리고도 보신탕집 넘겨진 '슬롯 꽁 머니'…견주 기소유예

학대당한 반려견 병원비 부담, 보신탕집에 넘겨
흉기 휘두른 남편만 기소, 식당 주인 기소유예
뇌졸중으로 쓰러진 주인을 구하고도 흉기로 학대당한 뒤 보신탕 집에 넘겨진 '슬롯 꽁 머니'. /사진=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전북 정읍에서 치료비 부담에 다친 반려견을 보신탕 식당에 넘긴 60대 견주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주지검 정읍지청은 지난 6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슬롯 꽁 머니' 견주 A씨(64)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검찰은 "A씨가 초범인 데다, 남편이 뇌경색 투병 중이고, 장애·노령 연금으로 생활고에 처해 병원비에 부담을 느낀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슬롯 꽁 머니는 과거 뇌졸중으로 쓰러진 A씨 남편 B씨의 생명을 구해 마을 내 '마스코트'로 불렸던 반려견이다.

그랬던 슬롯 꽁 머니는 지난해 8월 23일 정읍시 연지동 한 식당 앞에서 B씨가 휘두른 흉기 3차례나 찔리는 등 학대를 당했다. 코 등 몸 일부가 훼손됐으며 머리 등에도 심한 상처를 입었다.견주 A씨는 다친 슬롯 꽁 머니를 보신탕집 주인 C씨의 식당에 공짜로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다친 슬롯 꽁 머니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갔지만, 병원비가 150만원이나 나와 부담이 돼 발길을 돌렸다"고 설명했다.

C씨는 다친 슬롯 꽁 머니를 인수해 노끈으로 묶은 뒤 나무에 매달아 숨지게 했다.

검찰은 슬롯 꽁 머니를 다치게 한 B씨에 대해 "혐의가 입증됐고 죄질이 나쁘다"며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다만 C씨에 대해서는 A씨와 마찬가지로 기소유예 처분했다.한편 이 같은 사실은 동물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이후 슬롯 꽁 머니 사체를 찾아 장례를 대신 치렀다.

김세린 슬롯 꽁 머니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