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 장롱 속 '신사임당'의 귀환

슬롯사이트 환수율 5년來 최고
코로나 종료·예금금리 오른 영향
사진=한경DB
금고와 장롱 속으로 사라진 슬롯사이트이 지난해 대거 시중에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상황 종료로 대면 상거래 업황이 나아진 데다 예금 금리가 오르면서 이자를 받는 것이 훨씬 이득이 된 영향이다.

1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중 슬롯사이트 환수율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슬롯사이트 환수율은 67.1%로 집계됐다. 작년 한은은 약 21조1000억원 규모의 슬롯사이트을 발행했는데, 환수된 금액은 14조1000억원이었다.
이는 2022년 56.5%에 비해 10.6%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2018년 67.4% 후 5년 만의 최고치다. 코로나19로 대면 활동이 급감한 2021년 17.4%에 비해선 네 배 가까이 뛰었다.

슬롯사이트이 시중에 돌아온 이유로 한은은 코로나19 시기 타격을 받은 ‘화폐 환수 경로’가 정상화된 점을 꼽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대면 상거래 제약으로 위축됐던 화폐 유통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2022년부터 회복됐다는 것이다.슬롯사이트 환수액은 2019년 16조1000억원에서 2020년 6조1000억원, 2021년 4조1000억원으로 급감했다가 2022년부터 증가했다. 화폐를 금고에 넣고 보관하는 것에 대한 기회비용인 은행 이자가 크게 증가한 것도 슬롯사이트 환수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한은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1년 정기예금 금리는 2020~2021년 연 1.18%에서 2022~2023년 연 3.45%로 크게 높아졌다.

이 같은 현상이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미국의 100달러권 슬롯사이트은 2020년 75.7%에서 2022년 105.6%로 높아졌다. 유럽에선 100유로 이상 권종의 슬롯사이트이 같은 기간 51.0%에서 81.3%로 뛰었다. 한은 관계자는 “미국과 유럽 등의 고액권도 금리 상승 이후 슬롯사이트이 크게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슬롯사이트 환수율은 당분간 시장금리 향방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금리가 높아지면 환수율이 오르고 반대의 경우엔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화폐 유통 수명이 평균 15년 내외인 점을 고려할 때 올해는 최초 발행 후 손상돼 환수되는 슬롯사이트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국내에서 슬롯사이트은 2009년 6월 처음 발행됐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