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디지털 종(種)으로 진화하는 슬롯사이트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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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9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슬롯사이트 업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인감증명은 ‘희귀종’이다. 한국과 일본, 대만 정도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제도다. 인감증명은 110년 전에 도입돼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할 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증명 기제로 쓰였다. 연간 슬롯사이트 업 발급 건수는 3000만 통에 달한다.
디지털 심화라는 환경 변화 속에서 이 희귀종도 진화의 갈림길에 섰다. 사실 디지털 신원 증명 시대는 이미 시작됐다. 정부는 2022년 디지털화한 신분증인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시험 발급하고 시행 중이다. 내년부터는 모바일 주민등록증도 발급할 계획이다. 반면 인감증명은 그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슬롯사이트 업는 여전히 관공서를 직접 방문해 발급받아야 한다. 디지털 대체 수단으로 본인 서명 사실확인제도가 2012년 말부터 시행됐으나, 국민 인지도와 편리성이 낮아 대체율은 고작 5%대에 머물고 있다.디지털플랫폼 정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아날로그 유산인 슬롯사이트 업 제도를 ‘디지털 우선 설계원칙(Digital by Design)’의 관점에서 혁신할 계획이다. 정부는 단계적으로 슬롯사이트 업 사무를 줄이고 디지털 대체 수단을 모색하기로 했다. 우선 슬롯사이트 업을 요구하던 2600여 건의 사무 중에서 법령 근거가 없거나 필요성이 낮은 사무 80% 이상을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 올 상반기에 900여 건을 일차적으로 정비할 계획이다.
정부는 법원과 금융권 제출용을 제외한 일반용 슬롯사이트 업는 정부24를 통한 온라인 발급을 올 하반기부터 시행·확대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관공서나 은행 방문 없이 슬롯사이트 업를 간편인증과 모바일 전자서식 등으로 대체함으로써 자동차 매매 및 양도 의사를 간편하게 확인한 뒤 처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디지털 우선 설계원칙’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기관 간의 협조를 강화하고 다양한 디지털 대체 수단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우선 슬롯사이트 업 온라인 발급을 법원이나 금융기관 제출용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등기사무를 관장하는 법원행정처나 대한법무사회와 같은 관련 기관·단체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 위·변조, 보안 문제도 해결해 나가야 한다.
행정정보 공동이용 시스템을 통해 인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 행정부와 법원행정처 간 정보시스템의 유기적 연계를 통해 온라인상에서 인감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면 굳이 민원인이 부동산 등기용 슬롯사이트 업를 법원 등기소에 제출할 필요가 없다. 마이데이터, 디지털지갑 같은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과 함께 업무 프로세스 혁신도 중요하다. 금융권이 슬롯사이트 업 제출 요구를 줄일 수 있다면 제도 개선 체감도는 커진다. 현실적 유용성을 고려할 때 희귀종 인감증명을 당장 박제화할 필요는 없지만, 원형은 제한적으로만 보존하고 점차 디지털 종(種)으로 진화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