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꽁 머니 [단독] "손실나도 부실채권 팔아라"…행안부 늑장 대응

건전성 악화에 특별지시

지난해부터 '부실 우려' 제기
이제야 "슬롯 꽁 머니별 자구책 내라"

새마을슬롯 꽁 머니 감독기관인 행정안전부가 연체율이 높은 단위 슬롯 꽁 머니에 “손실을 보더라도 부실채권을 매각하라”고 특별 지시를 내렸다. 새마을슬롯 꽁 머니 연체율이 지난 3월 말 7%대로 치솟는 등 건전성에 비상등이 켜지자 부랴부랴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간 문제를 방치하며 사태를 악화시킨 행안부가 ‘뒷북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행안부는 경영개선조치를 받은 일부 슬롯 꽁 머니에 최근 “부실채권을 매각하고 건전대출을 늘려 연체율을 낮추라”는 내용의 특별 지시를 했다. 행안부는 부실채권 매각 과정에서 손실을 보더라도 연체율을 낮추는 게 우선이라는 방침을 세웠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지금 같은 정리 속도로는 올해 말 적자 슬롯 꽁 머니가 많이 생길 수 있다”며 “당장은 손실을 보겠지만 건전성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경영개선조치를 받은 슬롯 꽁 머니는 2개월 내에 경영개선 계획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단위 슬롯 꽁 머니들이 ‘부실채권 정리를 위한 전담조직 구성’ 등과 같은 추상적인 계획만 적어 강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에 행안부 차원에서 연체율 하향을 위한 슬롯 꽁 머니별 자구책을 오는 10월까지 계획서 형태로 제출하도록 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새마을슬롯 꽁 머니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5100억원가량의 부실채권을 매각했다. 특별 지시를 통해 슬롯 꽁 머니별로 이달까지 1조원 규모 부실채권을 추가 매각하겠다는 신청도 받았다. 지난해 2조원 규모 부실채권을 매각한 것과 비교하면 속도를 냈다는 설명이다.

단위 슬롯 꽁 머니들은 반발하고 있다. 부실 채권을 팔면 손실이 누적돼 적자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악의 경우 순자본비율이 떨어져 뱅크런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지난해 새마을슬롯 꽁 머니가 5000억원가량의 ‘배당 잔치’를 벌이도록 방치한 행안부와 새마을슬롯 꽁 머니중앙회의 책임론도 떠오르고 있다. 새마을슬롯 꽁 머니는 지난해 당기순이익(860억원)의 다섯 배가 넘는 배당금을 출자자에게 지급했다. 적자 슬롯 꽁 머니와 경영개선조치를 받은 슬롯 꽁 머니마저 배당 잔치를 벌이며 도덕적 해이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행안부는 “그동안 쌓은 임의적립금(4조2000억원)을 써서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배당으로 5000억원가량이 빠져나가며 새마을슬롯 꽁 머니의 자기자본도 그만큼 쪼그라들었다. 애초 배당 수준을 조정해 충분한 ‘자본 체력’을 확보했다면 부실채권 매각에 더 속도를 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유림/서형교 기자 ou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