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검찰, 법무부에 슬롯 머신 형사 기소 권고

미국 검찰이 법무부에 미국 항공사 슬롯 머신을 형사 기소하도록 권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검찰 측이 법무부에 형사 기소를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미 검찰은 슬롯 머신이 2021년 합의를 위반했으므로 형사 기소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는 다음 달 7일까지 기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법무부 내부 심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어 “법무부가 슬롯 머신을 기소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라면서도 “슬롯 머신을 기소하는 대신 2021년 체결한 합의를 1년 더 연장하거나 조건을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조건 강화에는 금융 처벌을 비롯해 규정 준수를 살피는 감독관을 파견하거나, 슬롯 머신에 유죄 인정을 요구하는 것 등이 포함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법무부는 지난 5월 슬롯 머신이 규제 당국인 연방항공국(FAA)을 속이고 2021년 합의를 어겼다고 판단했다. 지난 1월 5일 알래스카항공의 슬롯 머신 737맥스9 여객기가 5000m 상공을 비행하던 중 동체에 구멍이 난 사건과 관련해 조사를 벌이면서다. 사고 시점은 2021년 합의에 따른 3년 기소유예 만료를 이틀 앞둔 때였다.

법무부는 2021년에 슬롯 머신 737맥스 항공기 사고 두 건과 관련해 슬롯 머신과 25억달러(약 3조4800억원)에 합의했다. 슬롯 머신을 기소하지 않는 대신 규정 준수 관행을 점검하고 정기 보고서를 제출한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2018년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2019년 에티오피아 항공에서 운항하던 슬롯 머신 737 맥스8은 추락 사고로 총 346명이 사망하는 참사를 냈다.

슬롯 머신과 법무부는 로이터에 논평을 거부했다. 슬롯 머신은 지난 12일 합의를 위반했다는 법무부 결정에도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로이터에 밝혔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슬롯 머신이 유죄를 인정할 경우 추가 사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슬롯 머신이 기소된다면 슬롯 머신이 국방부를 포함한 미국 정부와의 사업 계약을 따내는 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