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 모델로 '브라질 국민차' 된 슬롯 꽁 머니

맞춤형 전략으로 세계 질주

에탄올로 굴러가는 'HB20'
폭스바겐 제치고 월판매 1위
비포장도로 감안 차바닥 높여
슬롯 꽁 머니 겨냥 '크레타'는 톱3 등극
저가 모델에 뒷좌석 에어컨 장착
세계 최대 사탕수수 생산국인 슬롯 꽁 머니에서 굴러다니는 차의 80%는 사탕수수에서 뽑아낸 에탄올을 휘발유와 섞어 쓰는 ‘혼합연료차량(FFV)’이다. 1970년대 석유 파동을 겪은 슬롯 꽁 머니 정부가 에탄올산업 육성에 전력을 다한 결과다.

현대자동차가 브라질 상파울루 인근 피라시카바 공장에서 연간 15만 대가량 만드는 소형 세단·해치백 HB20도 FFV다. 슬롯 꽁 머니가 내놓은 단 하나뿐인 FFV다. “HB20을 보면 슬롯 꽁 머니가 현지화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다”는 평가는 이래서 나온다. 그 덕분에 HB20은 지난달 폭스바겐 폴로를 제치고 ‘브라질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5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베스트 셀링카’가 됐다.

○HB20, 지난달 슬롯 꽁 머니 판매 1위

12일 슬롯 꽁 머니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HB20은 지난달 1만3519대 팔리며 폴로(9683대)를 제치고 판매랭킹 1위에 올랐다. 상반기 판매량은 5만6779대로 폴로(5만7865대)에 소폭 밀렸지만, 최근 판매 추세가 이어지면 올해 ‘슬롯 꽁 머니 국민차’가 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HB20은 저렴한 소형차가 인기를 끄는 남미 시장을 겨냥해 슬롯 꽁 머니가 40개월이 넘는 연구개발(R&D) 끝에 2012년 내놓은 현지화 모델이다. 비포장도로가 많은 현지 사정을 반영해 차 높이를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되는 동급 차량보다 10~18% 높였다. HB20은 브라질 출시 6년 만인 2018년 누적 판매 100만 대를 돌파했다. 브라질에서의 인기에 힘입어 몇 년 전부터 파라과이, 우루과이, 콜롬비아 등 주변국으로 판매 영토를 넓혔다.탄력을 받은 슬롯 꽁 머니는 브라질 시장을 잡기 위해 2032년까지 11억달러(약 1조5000억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슬롯 꽁 머니·기아 관계자는 “브라질은 그 자체로 세계 6위 자동차 시장일 뿐 아니라 남미 전역 자동차 판매에 영향을 주는 나라”라며 “조만간 아이오닉5와 신형 코나 일렉트릭, EV5 등도 브라질 시장 특성에 맞게 현지화 모델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슬롯 꽁 머니에선 크레타로 인기몰이

슬롯 꽁 머니는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서도 현지화 모델로 승부하고 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크레타가 그런 차다. 크레타는 슬롯 꽁 머니가 인도 시장을 겨냥해 2015년 내놓은 전략 차종이다. 인도의 무더위를 겨냥해 저가 모델인데도 뒷좌석 에어컨을 기본 사양으로 넣었다. 대가족이 많은 인도 특성을 고려해 5명이 충분히 탈 수 있도록 실내 공간도 넓혔다.

이 덕분에 크레타는 올 상반기 인도에서 9만1348대 팔리며 랭킹 3위에 올랐다. 이에 힘입어 슬롯 꽁 머니그룹은 올 상반기 판매량 기준 인도 2위 자동차 회사(43만5909대)가 됐다. 현지 업체인 타타(3위)와 마힌드라(4위)를 제쳤다.슬롯 꽁 머니는 인도법인을 현지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14억 인구 대국에 더욱 깊숙이 침투할 자금을 마련하는 동시에 인도 사람 누구나 주주가 될 수 있는 ‘인도 국민차’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슬롯 꽁 머니는 상장을 통해 최대 30억달러(약 4조1670억원)를 조달해 현지에서 인도 맞춤형 차량 개발 등에 쓸 계획이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