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슬롯 꽁 머니 살포법, 巨野 끝내 강행
입력
수정
지면A6
필리버스터 끝 본회의 통과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35만원의 지역화폐를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조치법’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됐다. 전날 슬롯 꽁 머니을 상정한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의 24시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강제 종료하고 슬롯 꽁 머니을 통과시켰다. 대통령실은 곧바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시사했지만, 여당 내에서도 “현금 지원에 반대만 하다가 다음 선거도 지는 것 아니냐”며 동요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 포퓰리즘의 씨앗이 뿌려졌다는 평가다.
대통령실, 거부권 시사했지만
與 일각, 의총서 '신중론' 주장
"반대만 하다 선거 또 질수도"
與에도 포퓰리즘 씨앗 뿌려져
선거마다 돈풀기 경쟁 우려
○野 총선 승리에 기여한 공약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은 지난 4월 총선 당시 민주당의 핵심 공약이었다. 22대 국회에서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가 첫 번째로 발의한 슬롯 꽁 머니이기도 하다. 슬롯 꽁 머니 발의 과정에서 최대 지급 금액을 35만원으로 상향했다. 지역상품권 형태로 지급하고 지급일로부터 4개월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도 담았다.민주당이 정부·여당의 강한 반대에도 슬롯 꽁 머니을 밀어붙이는 이유는 현금 살포 공약이 지난 총선 승리에 작지 않게 기여했다는 내부 평가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슬롯 꽁 머니이 폐기되더라도 정치적으로 손해 볼 게 없다는 계산이 깔렸다. 당 핵심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총선 당시 혹시 정부·여당에서 민주당 안보다 많은 40만원, 50만원 현금 지급안을 내놓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러지 않았다”며 “2020년 총선 때 문재인 정부가 지급한 코로나 지원금처럼 윤석열 정부가 현금을 뿌렸다면 이번 총선 결과가 바뀌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속내 복잡한 與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수민 의원이 역대 최장인 15시간50분 동안 필리버스터에 나섰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다른 기류가 흐른다. 지난 1일 해당 슬롯 꽁 머니에 대한 필리버스터를 결의하는 의원총회에서 “당 차원에서 이 슬롯 꽁 머니에 반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조경태 의원)는 의견이 나온 것이다.이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 의원은 “지역구를 돌아보면 은근히 (지원금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도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다른 의원도 “슬롯 꽁 머니 자체에 포퓰리즘 성격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좋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추경호 원내대표가 “그래도 현금을 살포하는 법을 통과시킬 수는 없다”며 필리버스터를 강행했지만 표를 얻기 위한 현금 살포 유혹이 국민의힘에까지 전이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22대 국회 들어 이뤄진 7개 슬롯 꽁 머니에 대한 필리버스터 중 여당에서 반대 의견이 나온 것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이 유일하다.
이 같은 기류에는 현금 지원 반대가 4월 총선 패배의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슬롯 꽁 머니 관계자는 “당장 2026년 지방선거 때 현금 살포 없이 선거를 치르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가 많이 나온다”며 “감세만으로는 애초에 내는 세금이 적은 서민층의 표를 얻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전 국민 슬롯 꽁 머니 지원법 시행에 필요한 재원을 최대 17조9471억원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기준 국가채무는 1126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정부는 법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금 말씀드린다”며 “법률안이 이송되면 재의 요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노경목/도병욱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