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머신 '영끌' 여전…5대銀 주담대 감소폭 5% 그쳐

추석 빼면 일평균 3412억 '역대급'
가계슬롯 머신 잔액 증가폭은 8월 절반
한은, 내달 금리인하 고민 커질 듯

가계슬롯 머신을 억제하기 위한 금융당국과 은행권의 각종 조치에도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슬롯 머신 신규 취급액이 크게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하루 평균 취급액이 추석 연휴 사흘을 뺀 기준으로 전달보다 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슬롯 머신) 분위기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이 이달 들어 26일까지 새로 취급한 주택구입용 주담대 총액은 7조8466억원으로 집계됐다. 주택구입용 신규 주담대 규모는 영끌 추이가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된 수치로 꼽힌다. 하루 평균 3018억원으로, 지난달(3596억원)보다 16%가량 줄었다. 추석 연휴 사흘(16~18일)을 빼면 3412억원으로 같은 기간 5% 줄어드는 데 그쳤다.

다만 전체 가계슬롯 머신 잔액 기준 증가폭은 감소세가 뚜렷했다. 5대 은행의 가계슬롯 머신 잔액(지난 26일 기준)은 729조4918억원으로 지난달 말(725조3642억원)보다 4조1276억원 늘었다. 8월 증가폭(9조6259억원)의 43% 수준이다. 이 속도라면 이달 말까지 총 4조8000억원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월(4조4346억원), 5월(5조2278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가계슬롯 머신 종류별로는 주담대가 4조5457억원 늘었다. 지난달 전체 가계슬롯 머신 증가액(8조9115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신용슬롯 머신은 오히려 1295억원 줄어들었다. 지난달에는 영끌과 맞물려 신용슬롯 머신도 8494억원 급증한 바 있다.은행들은 주담대 추이를 살펴본 뒤 추가 가계슬롯 머신 억제 조치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은 27일부터 슬롯 머신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전세슬롯 머신 접수를 중단했다. 다음달 4일에는 주담대·전세슬롯 머신 금리를 0.1~0.45%포인트 올린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2일부터 아파트 담보슬롯 머신 금리를 0.2%포인트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가계슬롯 머신 관련 수치가 모호한 흐름을 보이며 다음달 11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도 이목이 쏠린다. 한은이 내수 부진 등을 고려해 가계슬롯 머신 증가세가 둔화하지 않더라도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