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 볼트 경영권 분쟁 'KO승' 없을 듯…"주총 표 대결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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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선택만 남았다최윤범 슬롯사이트 볼트 회장이 11일 슬롯사이트 볼트과 영풍정밀의 공개매수가를 마지막으로 인상하면서 MBK파트너스·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은 이제 주주들의 선택에 맡겨졌다. 전체 지분의 18~20%로 추정되는 슬롯사이트 볼트 주식 유통 물량의 대부분을 들고 있는 기관투자가는 ‘리스크 최소화·수익 극대화’ 방정식을 풀기 위해 장고에 들어갔다. 업계에선 기관투자가들이 리스크 분산을 위해 MBK 연합과 슬롯사이트 볼트의 공개매수에 보유 지분을 나눠 응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측 모두 과반 지분 확보에 실패해 이사회 장악을 위한 주주총회 표 대결로 전장이 바뀔 것이란 얘기다.
89만원에 슬롯사이트 볼트 매도 가능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 판결 땐
슬롯사이트 볼트·영풍 측에 파는 게 유리
○엇갈리는 기관투자가들
슬롯사이트 볼트 기관투자가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사실상 양측 공개매수에 모두 참여, 슬롯사이트 볼트 공개매수 참여 등 두 가지뿐이다. MBK 연합은 최대 14.61%의 지분을 주당 83만원에 사겠다고 제안했고, 슬롯사이트 볼트은 최대 20%를 주당 89만원에 자사주로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가격만 보면 당연히 슬롯사이트 볼트 제안에 ‘올인’하는 게 맞다. MBK 연합의 제안에만 응할 가능성은 없다는 얘기다.변수는 법적 리스크다. MBK 연합의 공개매수는 이달 14일 끝나는 반면 슬롯사이트 볼트의 공개매수는 23일 종료된다. MBK 측이 제기한 슬롯사이트 볼트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는 21일 안팎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 슬롯사이트 볼트 공개매수에 올인한 투자자는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공개매수 경쟁이 끝나면 주가는 경영권 분쟁 전 주가인 50만~55만원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기관투자가가 양측의 공개매수에 모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가처분이 인용되면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보유 물량의 40%를 MBK에, 60%는 슬롯사이트 볼트에 넘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 운용사 대표는 “가처분이 기각될 확률이 99%인 만큼 모든 물량을 슬롯사이트 볼트에 넘길 방침”이라고 했다.슬롯사이트 볼트 지분 1.85%를 보유한 영풍정밀 공개매수 전쟁은 최 회장 측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는 분석이 많다. MBK는 최대 43.43%의 지분을 주당 3만원에, 최 회장 측은 최대 35%를 주당 3만5000원에 사겠다고 선언했다. 최 회장 측 제안 금액이 5000원 높은 데다 지분 14.55%만 확보하면 당초 보유 지분(35.45%)을 더해 과반을 차지하게 된다.
○장기전 불가피
운용업계에선 오는 23일 일단락되는 슬롯사이트 볼트 지분경쟁에서 한쪽이 완승을 거두긴 힘들 것으로 전망한다. 업계는 MBK가 14일 공개매수가 끝나는 시점에 3~7% 수준의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경우 슬롯사이트 볼트이 매입하는 자사주 규모는 8~12% 정도다. 최 회장 측의 매입 규모가 크지만 ‘승리’로 볼 수 없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33%를 들고 있는 MBK 연합의 지분율은 36~40%로 오르고, 최 회장 측 지분율은 현재 34%에서 38%가량이 된다. 영풍정밀 보유 지분과 우군인 베인캐피탈이 사들이는 지분을 합치면 4% 안팎이 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자사주를 제외하고 향후 주총 의결권으로 따지면 엇비슷한 수준이 된다.운용사 관계자는 “슬롯사이트 볼트으로서는 11일 또는 14일에 주가가 83만원 이상으로 올라가는 게 최선”이라며 “아직은 시장이 가처분 결과를 반신반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슬롯사이트 볼트 주가는 이날 79만4000원에 장을 마쳤다.공개매수 전쟁이 끝나면 MBK 연합은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회 장악을 시도할 계획이다. 슬롯사이트 볼트 정관은 이사 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현재 슬롯사이트 볼트 사내이사는 6명인데, 최소 5명 이상의 신규 이사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기존 이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과 함께 이사회 장악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의결권이 과반에 못 미치는 만큼 소액주주, 국민연금 등에 대한 설득에 나설 수밖에 없다.
성상훈/김우섭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