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톡 슬롯사이트 징계' 변협에 부과한 과징금 10억…법원 "취소해야"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 아냐
슬롯사이트 단체 "리걸테크 통제 강화할 것"
사진=한경DB
로톡 등 법률 플랫폼 이용 슬롯사이트를 징계한 대한슬롯사이트협회와 서울지방슬롯사이트회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린 과징금 부과 처분은 법에 어긋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슬롯사이트 단체가 리걸테크 업계를 통제하는 행위는 슬롯사이트법에 따른 정당한 행위로, 공정거래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다. 이번 판결로 리걸테크 업계에 대한 슬롯사이트 단체의 규제 강도가 한층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3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대한변협과 서울변회가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여 피고(공정위)가 원고에 대해 한 시정명령, 통지 명령 및 과징금 납부 명령 모두 취소한다"고 판시했다. 소송비용도 공정위가 부담하도록 했다.앞서 대한변협과 서울변회는 슬롯사이트들이 로톡을 이용하는 행위를 '슬롯사이트 광고 규정 위반'으로 규정하고, 2021년 5~6월 슬롯사이트 업무 광고 규정과 슬롯사이트 윤리 장전을 개정해 법률 플랫폼 이용 슬롯사이트 징계 근거를 마련했다. 이후 여러 차례 소속 슬롯사이트들에게 법률 플랫폼 탈퇴를 요구했고, 2022년 10월에는 슬롯사이트 9명에게 과태료 300만원 등의 징계를 내렸다.

공정위는 이런 행동이 "슬롯사이트 간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며 작년 2월 시정명령과 함께 두 단체에 각각 과징금 10억원을 부과했다.

이에 불복한 두 단체는 이번 행정소송 제기했다. 공정위 처분은 1심 판결의 효력을 지니기 때문에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 소송은 고등법원에서 대법원으로 이어지는 2심제로 진행된다.두 단체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집행정지도 신청했는데, 재판부가 작년 5월 이를 일부 인용하면서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통지 명령의 효력은 일시 중단됐다.

이어 재판부는 본안소송에서도 슬롯사이트 단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두 단체의 징계 행위는 공정거래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이 슬롯사이트법의 범위 내에서 소속 슬롯사이트들에 대해 징계를 했고, 달리 원고들에게 온라인 법률 플랫폼 자체에 대해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이는 슬롯사이트법에 따른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이어 "슬롯사이트 직무는 고도의 공공성과 윤리성이 있고, 리걸테크 등 현실의 변화에 대응해 탄력적이고 유연한 규제가 요구된다"며 "법상 금지되는 광고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는 원고 대한변협에 상당한 재량이 부여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의 광고 관련 규정 제개정, 소속 슬롯사이트에 대한 감독 및 징계에 '절차적 하자'가 없다"며 "피고의 원고들에 대한 이 사건 처분이 명확하지 않고, 과잉금지원칙이나 신뢰보호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최근 세계적으로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리걸테크 분야가 우리나라에서도 발전하기 위해서는 종전에 예상하지 못했던 기존 법체계와의 다양한 형태의 충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구성사업자인 슬롯사이트들이 리걸테크를 이용하는 경우 그 사업내용이나 활동에 대한 원고들의 적정한 검토·심사 등 검증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재판부는 "이러한 검증을 거친 리걸테크 분야는 더욱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측면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슬롯사이트 단체의 법률 플랫폼 규제는 정당하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리걸테크 업체들에 대한 슬롯사이트 단체의 통제도 한층 강해질 전망이다.

서울변회는 이날 선고가 나온 후 "이제부터는 (법률 플랫폼에 대해) 엄중하게 대응하면서 규제에 나설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법무부 등과 슬롯사이트단체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제안해 합리적으로 리걸테크 업체들을 통제하는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한편 법무부 슬롯사이트징계위원회는 작년 9월 법률 플랫폼 가입 슬롯사이트 123명에 대한 징계를 취소했다. 법무부 징계위는 로톡 등 법률 플랫폼이 특정 슬롯사이트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서비스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