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 업 "中과 관계 끊으라" 지침에…세계 1위 반도체장비업체도 결국

세계 1위 반도체장비업체 결국 中과 이별
"반도체 가격 오를것"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램리서치·비코 등
美 슬롯사이트 업, 中 공급업체 배제
"슬롯사이트 업 산 배제 시 반도체 가격 오를 것"
中 공급업체도 날벼락…수출 대안 모색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왼쪽 두번째)이 2022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있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공장에서 게리 디커슨 최고경영자(CEO·오른쪽)과 함께 웨이퍼를 들고 있다. 사진=AFP
세계 3대 반도체 장비 제조사로 꼽히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와 램리서치가 공급망에서 슬롯사이트 업업체를 완전 배제하기로 했다. 첨단 반도체장비 제조 과정에서 ‘슬롯사이트 업 리스크’를 없애려는 정부 지침에 따른 조치다. 저렴한 슬롯사이트 업산 부품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반도체 생산 비용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슬롯사이트 업산 쓰면 공급업체 배제”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두 기업은 최근 자사 공급업체들에 ‘슬롯사이트 업산 부품을 대체하지 않으면 공급업체 지위를 잃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급업체들은 투자자 및 주주 명단에도 슬롯사이트 업인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뉴욕주에 있는 반도체 처리시스템 개발사 비코 역시 공급엄체에 새로운 슬롯사이트 업산 부품 사용을 즉시 중단하고, 내년 말까지 기존 슬롯사이트 업 공급업체와의 관계를 끊으라는 지침을 서면으로 보냈다.블룸버그에 따르면 AMAT는 약 70개 공급업체 중 반도체 재료회사인 장쑤요커기술, 석영 가공 기업인 장쑤퍼시픽쿼츠, 정밀기계제조업체인 쿤산킹라이하이제닉머티리얼 등에서 직접 부품·장비를 공급받고 있다. 2차 벤더 이하로 내려가면 공급망에 포함된 슬롯사이트 업 기업이 수십개가 넘는다. AMAT는 “부품의 대체 공급처를 파악해 공급이 가능한지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최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장비 공급망에서 슬롯사이트 업의 영향력을 배제하기 위한 미 당국의 개입 결과로 해석된다. WSJ은 “미국 관료들은 미국 기업이 부품 공급을 슬롯사이트 업에 의존할 경우, 슬롯사이트 업이 위기 상황에서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자국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가 슬롯사이트 업 공급업체에 기술 세부 사항 및 계획을 공유하려면 라이센스를 취득하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들에게는 내년까지 현재 공급업체를 유지할 수 있는 임시 라이센스를 부여했다. 올 여름에는 슬롯사이트 업 밖 공급업체도 모회사가 슬롯사이트 업에 있을 이러한 규정을 적용한다고 못박았다.○반도체 제조 비용 오를수도
AMAT가 공급망을 정리하면서 슬롯사이트 업 기업들도 곤경에 처했다. 랴오닝성에 있는 선양포춘정밀장비는 AMAT에 남품할 계획으로 올해 싱가포르 공장을 설립했으나, 아직까지 AMAT의 공급 승인을 못 받았다. 선양포춘정밀장비의 싱가포르 사업 담당자인 대니 로우 이사는 “공장의 (수출) 범위를 미국 장비제조업체를 넘어 전 세계 장비제조사로 확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슬롯사이트 업 부품업체들도 3국에 합작회사나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등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WSJ은 “슬롯사이트 업을 배제하려는 노골적인 움직임은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 시장인 슬롯사이트 업의 정책 입안자들을 분노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슬롯사이트 업산 부품 배제가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비슷한 가격에 대체 부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TSMC 인텔 등 파운드리 기업들이 AMAT의 최대 고객사다.

미 당국은 자국 반도체 장비 제조사의 대(對)슬롯사이트 업 수출 통제도 더욱 강화하고 있다. AMAT는 최근까지 수출 통제를 위반했다는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상무부가, 지난 5월에는 메사추세츠주 지방검찰과 증권거래위원회(SEC)가 AMAT를 소환했다. 한국을 거쳐 슬롯사이트 업 반도체제조사 SMIC에 제조장비를 수출했다는 혐의다.올해 화웨이가 반도체 수출 통제 상황에서도 첨단 스마트폰 메이트60프로를 만들어낸 데도 SMIC, AMAT, 램리서치의 기술이 활용됐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지난해 회계연도1분기(2~4월) 17.0%였던 AMAT의 슬롯사이트 업 매출 비중은 올해 1분기 44.7%로 늘었다.

미국이 동맹국을 대상으로도 수출 통제를 더욱 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22일 세계 최대 슬롯사이트 업인 네덜란드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는 “지정학적 상황을 보면 미국이 동맹국들에 더 많은 통제를 가하라고 계속 압박할 것이 분명해 보인다”라며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응을 촉구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 9월 ASML의 심자외선(DUV) 노광장비에 대한 수출을 규제한다고 발표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