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 연장하려면 수십억 내라?…금융사 'PF 슬롯 꽁 머니 갑질'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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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금융·건설업계 간담회금융당국이 금융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슬롯 꽁 머니 갑질’에 본격 제동을 걸고 나섰다. 금융사가 만기 연장만을 대가로 슬롯 꽁 머니를 매기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꺾기’ 등 불공정 영업행위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용역·서비스 대가로 부과 제한
32개 항목도 11개로 통합·단순화
금융감독원은 1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세훈 수석부원장 주재로 금융업권·건설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PF 슬롯 꽁 머니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이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PF 대출 슬롯 꽁 머니가 사업장 부실 및 건설비 상승의 원인으로 꼽히면서다. 앞서 일부 증권사는 대출 만기 연장을 대가로 수십억원대의 슬롯 꽁 머니를 챙겨오다가 금감원에 적발됐다. 건설사 등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파악됐다.앞으로 슬롯 꽁 머니 부과 대상은 용역수행 대가로만 제한된다. 금감원은 별도 용역이 없는 페널티 슬롯 꽁 머니, 만기 연장 슬롯 꽁 머니 등을 폐지하기로 했다. 서비스 없이 반복적으로 받던 주선·자문슬롯 꽁 머니도 없어진다. 금융사가 슬롯 꽁 머니를 받으면 대가로 수행한 용역 내역을 건설사 등에 사전·사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금감원은 슬롯 꽁 머니의 정의·범위를 표준화하는 등 부과체계도 정비하기로 했다. 현재 32개에 달하는 슬롯 꽁 머니 항목을 11개로 통합·단순화할 방침이다. 예컨대 약정변경·책임준공연장·약정슬롯 꽁 머니는 약정변경슬롯 꽁 머니로 통합한다. 사업성검토·자문슬롯 꽁 머니도 자문슬롯 꽁 머니로 일원화한다.
각종 불공정거래도 차단하기로 했다. 슬롯 꽁 머니와 이자를 포함한 금액은 현행 최고 이자율인 연 20%를 넘을 수 없다. PF 대출을 대가로 다른 금융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꺾기’가 벌어지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금감원은 부동산 PF 만기 연장 등에 따른 위험은 슬롯 꽁 머니가 아니라 대출금리 인상을 통해 반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금감원은 개발이익 공유는 슬롯 꽁 머니가 아니라 사업장 지분 참여 확대 등으로 이뤄지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또 금융사들은 PF 슬롯 꽁 머니와 관련한 내부통제 원칙을 제정·운영해야 한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원칙, 슬롯 꽁 머니 부과 대상 및 정의·범위, 정보 제공 확대 등을 포함한 모범 규준을 업권별로 제정, 운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번 제도 개선 방안은 오는 12월 최종 확정되고 내년 1월 시행된다. 이 수석부원장은 “사업비의 중요 부분을 차지하는 금융비용의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