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슬롯 머신세...."지분팔아 세금 내라?" [이준엽의 Tax&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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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롯 머신 주식 평가 기준 과도 논란
할증률 30%에서 20%로 완화
물납 불가로 재산권 침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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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세법개정안에서 눈길을 확 끌면서도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부분은 슬롯 머신세 및 증여세법(상증법) 제63조의 최대 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제도를 폐지하겠다는 대목이다. 이 제도하에선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액에 20%를 더한 금액을 과세가액으로 잡아 세금을 매긴다. 과거에는 기업 규모나 최대 주주 지분율에 따라 할증률을 달리 한 탓에 할증률이 최고 30%에 이르렀으나, 2020년 1월 1일 이후 슬롯 머신·증여분에 관해선 할증률을 20%로 단일화했다.
헌재 "실질과세원칙 부합" 명확히 했지만…
앞서 헌법재판소는 이 할증평가제도가 최대 주주 보유주식에 내재한 지배권 프리미엄을 정당하게 계산해 가치를 평가하자는 것인 만큼, 실질과세원칙에 부합하고 조세평등주의에 위반되거나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헌재는 또 지배권 프리미엄을 개별 케이스마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에서 입법자가 여러 사회·경제적 요소를 참작해 할증률을 일률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런 전제하에 상증법이 정한 할증률이 30%에 이른다 하더라도 이를 두고 입법 형성권의 재량을 일탈해 재산권을 침해한 경우로 비난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헌재 판시만 보면 고개가 끄떡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세법의 여러 규정과 할증평가조항이 함께 적용되면 지나치게 가혹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게 문제다.슬롯 머신에 관해 사전 준비를 하지 않은 최대 주주가 갑자기 사망해 슬롯 머신이 개시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통상 자녀 간 또는 외부 주주와의 경영권 분쟁이 예상됨에 따라 상장 주식 주가는 급등하곤 한다. 슬롯 머신된 상장 주식의 시가는 슬롯 머신 개시일 전후 2개월간 주가의 평균치로 산정된다. 슬롯 머신 개시일 전 1주당 2만원 하던 상장 주식의 주가가 그날 이후 두 배로 뛰어 4만원이 된 경우, 평균인 3만원을 시가로 잡는다는 얘기다. 여기에 종전 상증법과 같이 30% 할증평가가 적용되면 최대 주주 주식의 평가액은 주당 4만원에 육박하게 된다.슬롯 머신세 최고세율은 50%이다. 최대 주주 보유 주식이 약 4만원 정도로 평가되면 슬롯 머신인들은 어림잡아 1주당 2만원을 슬롯 머신세로 내야 한다. 문제는 슬롯 머신세 신고 기한인 6개월이 지난 시점의 주가가 슬롯 머신 개시일 전의 수준인 2만원으로 되돌아갔을 때 생긴다. 슬롯 머신인들이 슬롯 머신 주식 전부를 탈탈 털어 슬롯 머신세를 내야 하는 상황이 초래되기 때문이다.
슬롯 머신 주식 시가 과다 산정…재산권 침해 가능성
이처럼 슬롯 머신 개시일을 기준으로 평가됐던 슬롯 머신 주식 시가가 과대했음이 슬롯 머신세 납부 시점에서 확인된다고 하더라도 구제받을 방법이 없다는 건 더 큰 문제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시가가 과대 평가됐다고 판단되면 비상장주식으로 슬롯 머신세를 물납하는 방법이라도 있지만, 상장주식을 슬롯 머신받으면 물납조차 불가능하기 때문이다.결국 슬롯 머신인들은 슬롯 머신 주식을 모두 팔아 슬롯 머신세를 납부하고, 최대 주주 지위를 포기하거나 슬롯 머신 주식 전부를 담보로 자금을 빌려 슬롯 머신세를 납부해야 한다. 최대 주주 지위를 지키려면 고액의 이자를 부담할 수밖에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할증평가제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점이 거듭 지적되면서 할증률이 30%에서 20%로 떨어지긴 했다. 그러나 할증평가에 따른 문제들이 완전히 해결됐다고 하긴 어렵다. 여전히 최대 주주 가업승계에 크나큰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법 개정안의 취지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되고 기재부가 밝힌 개정 취지 또한 가업승계를 지원하자는 것이다.최대 주주 보유주식 할증평가 폐지를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최대 주주의 슬롯 머신인이 경영권을 승계하는 게 정당한가를 둘러싸고 근본적 비판이 제기되고 있음 또한 사실이다. 이 제도가 다른 세법 규정들과 결합돼 재산권을 사실상 박탈할 정도의 가혹한 결과로 이어진다면 입법으로 해결하는 것 외 달리 도리가 없다. 이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길 기대하는 것은 필자 혼자만의 바람일까.이준엽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I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같은 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했다. 김앤장 합류 전까지 대법원 조세조 재판연구관, 조세 부문 파트너변호사,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등으로 일했다. 선례적 의미가 있는 다수의 조세 소송 및 심판 사건, 조세 자문, 세무 조사 대응, 법령 개정, 유권해석 획득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김앤장에서도 조세 소송 및 심판, 세무 조사, 조세 자문, 조세 형사, 관세 등 분야 위주로 법률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