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자사고 '내신 A슬롯 머신' 비중…일반고 학생보다 2배 이상 높아

내년 '내신 9→5슬롯 머신' 완화
고교 서열화 더 심화될 듯
특목고·자사고의 내신 ‘A슬롯 머신’ 비중이 일반고보다 두 배 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고1부터 내신 평가가 완화되면 특목고·자사고를 선호하는 학생이 늘어나 고등학교 서열화가 심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일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에 공시된 전국 일반고 1693곳과 특목고·자사고 90곳의 내신 점수를 분석한 결과, 올해 1학기 특목고와 자사고의 내신 A슬롯 머신 비율은 일반고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특목고·자사고에서 교과 성적 A슬롯 머신을 받은 학생 비율은 국어 47.4%, 영어 44.3%, 수학 39.7%로 조사됐다. 절반에 가까운 학생이 주요 과목에서 A슬롯 머신을 받은 셈이다. A슬롯 머신은 내신 성적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슬롯 머신으로, 성취도 90% 이상을 달성했다는 뜻이다.

반면 일반고에서 A슬롯 머신을 받은 학생의 비율은 국어 19.7%, 영어 20.6%, 수학 17.2%에 그쳤다. 특목고·자사고 A슬롯 머신 비중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과학고의 A슬롯 머신 비율(국어 77.3%·영어 71.5%·수학 65.2%)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슬롯 머신는 입학전형에서부터 내신 성적과 면접 등을 반영해 상위권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학력 격차가 나타난다”며 “학교와 교사의 노력, 면학 분위기 등도 이런 차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이 같은 고교 서열화는 올해 치르는 2025학년도 고입부터 심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작년 교육부가 발표한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 따르면 현재 예비 고1부터는 내신의 상대평가가 9슬롯 머신제에서 5슬롯 머신제로 완화된다. 특목고·자사고 지원을 망설이게 하던 ‘내신 불리’ 문제가 해소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내년 고교 신입생부터는 수능 선택과목이 폐지된다는 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임 대표는 “변별력이 큰 국어, 수학도 모든 학생이 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르고 점수 역시 동일한 기준으로 받는다”며 “선택과목 폐지, 문·이과 공통 수능으로 외고·국제고도 수능으로 의대에 진학할 가능성이 커져 이들 학교의 선호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