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불붙은 슬롯 머신 프로그램…'비상계엄 사태'에도 200만원 도달 [종목+]

슬롯 머신 프로그램 8거래일 간 2배 오르며 200만원 마감
임시주총 앞두고 슬롯 머신 프로그램 매입 불붙어
최윤범 슬롯 머신 프로그램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비상계엄 사태로 코스피지수가 연일 하락한 와중에도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또 고점을 갈아치웠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5일 200만원으로 장을 마쳐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다음달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분율 경쟁에 불이 붙으며 매수세가 몰린 영향이다. 최윤범 슬롯 머신 프로그램 회장의 우호 세력도 장내 매수로 지분을 늘리고 있다.

이날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전일 대비 32만9000원(19.69%) 뛴 200만원에 마감했다. 173만1000원에 거래를 시작한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점차 우상향하더니 200만원 고지에 올라섰다. 지난달 25일 90만3000원이었던 슬롯 머신 프로그램 주가는 같은 달 26일부터 이날까지 8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2배 이상 뛰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3.61%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시가총액도 크게 불었다. 현재 시가총액은 41조4066억원이다. 셀트리온(39조2912억원), 기아(37조3812억원)를 제치고 유가증권시장 시총 순위 6위에 올랐다. 최근 상승세를 타기 전까지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10위권 밖에 머물렀다.

지분 경쟁 기대감에 자금이 몰린 것으로 해석된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이다. 양측은 내년 1월 2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14인 선임과 정관 변경 안건 등을 두고 표 대결을 벌인다. 임시주총 의결권 행사를 위한 기준일은 이달 20일이다. 임시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려면 2거래일 전인 18일까지 슬롯 머신 프로그램 주식을 매수해 갖고 있어야 한다.

주총이 다가오며 최 회장의 우호 세력도 장내에서 지분을 매집하고 있다. 이날 오전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특수목적법인(SPC) 트로이카드라이브가 지난 11월 25일부터 전날까지 총 7차례에 걸쳐 슬롯 머신 프로그램 지분 0.15%(3만28주)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트로이카드라이브는 최 회장의 우군 베인캐피탈이 슬롯 머신 프로그램 지분 매입을 위해 만든 SPC다.트로이카드라이브의 평균 매입 단가는 118만6297원으로, 지난 4일(165만4713원)과 3일(151만5505원)엔 주가가 150만원을 웃돌았는데도 슬롯 머신 프로그램을 늘렸다. 트로이카드라이브가 투입한 자금은 모두 362억8930만원이다.

아울러 유미개발(0.09%·1만7665주), 해주최씨준극경수기호종중(0.05%·1만1110주), 영풍정밀 (0.04%·7670주), 최정운 전 서울대 교수(0.00%·150주) 등 최 회장의 친인척도 슬롯 머신 프로그램 매입에 나섰다. 이들의 평균 매입단가도 100만원을 웃돌았다. 그 결과 최씨 일가와 베인캐피탈이 보유한 슬롯 머신 프로그램은 기존 17.18%에서 17.5%로 늘었다. 베인캐피탈과 유미개발, 해주최씨준극경수기호종중은 한국투자증권에서 조달한 차입금으로 슬롯 머신 프로그램 매입에 나섰다. 최 전 교수와 영풍정밀은 개인소득 및 사업소득을 활용해 슬롯 머신 프로그램을 매입했다.

임시주총 전까지 지분율 경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MBK와 영풍 연합의 지분이 최 회장 측보다 많지만, 어느 쪽도 절반을 넘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이번 분쟁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의 슬롯 머신 프로그램 보유지분은 7.83%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