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취재수첩] 하룻밤에 무너진 K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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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제안'까지 받았다는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같은 선진국에서도 계엄 사태가 벌어집니까?”
정쟁 와중이라도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 생각해야
김진원 산업부 기자
국내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인 A대표는 5일 중남미에서 온 바이어를 만나 미팅하던 중 이런 질문을 들었다. 그는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계엄령이 민주적으로 철회됐으니 된 것 아니냐”고 설명했지만 바이어의 눈빛에선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에 머무르는 것이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고 한다. A대표는 “원래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은 믿고 거래할 수 있는 대표적인 나라였는데,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예측 불가능한 나라가 돼 버렸다”며 기자에게 하소연하듯 말했다.또 다른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은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의 방한 취소를 아쉬워했다. 크리스테르손 총리는 5일부터 사흘간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엄 사태’로 방한은 불발됐다. 스웨덴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북유럽 그린 테크 시장에 진출하려던 한국 기업들은 갑자기 바뀐 일정에 당혹한 기색이 역력했다.
내년 1월 한국을 찾아 윤 대통령과 회담하는 방안을 조율하던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일정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한·미·일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구상하던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들의 신년 경영 계획도 어그러져 버렸다. 한 재계 인사는 “한·일 양국의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 간 교류가 이어지는 등 모처럼 협력 분위기가 조성되던 참이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기업들이 가장 곤란해하는 건 불확실성이다. 한 해의 사업을 정리하고 새로운 계획과 기준점을 세울 시기에 이런 상황이 벌어져 혼란스럽다는 게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의 공통된 의견이다.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외국에서는 한국을 베네수엘라와 비슷하게 생각할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이와 관련해 웃지 못할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다. 한 중견기업 회장은 “개인적으로 친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한 장관으로부터 ‘망명하면 받아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태국의 환전소에는 원화를 받지 않겠다는 푯말까지 걸렸다.
한국은 1945년 공적개발원조(ODA)를 받던 세계 최빈국에서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인정하는 선진국(그룹B)으로 간 유일한 나라다. 세계 8위 수출국(2023년)으로 마스크, 나사, 밸브 하나부터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반도체와 자동차, 인공위성까지 만들어 팔 수 있는 제조 강국이다. 온 국민이 수십 년간 공들여 쌓은 ‘K브랜드’가 한순간에 무너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민·관이 한 팀을 이뤄 대응해도 모자랄 판에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의 시름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계엄 사태를 일으킨 정치인들은 프라그마틱 슬롯사이트의 이 같은 절박함을 조금이라도 헤아릴까. 의문만 갈수록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