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슬롯 꽁 머니 신뢰도 조사

미국의 고전적 슬롯 꽁 머니 풍자 유머다. 슬롯 꽁 머니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들의 ‘보디 랭귀지’를 이해해야 한다. 그들이 코를 만지고 있을 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귀를 잡아당기거나 가슴팍을 긁적이고 있을 때도 그렇다. 슬롯 꽁 머니의 입이 움지럭거리기 시작할 때, 그때 비로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슬롯 꽁 머니 불신은 세계 어디나 비슷하다. 세계적 여론조사 기업 입소스가 23개국 국민을 대상으로 직업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한 적이 있다. 총 18개 대상 직업군 중 신뢰도가 가장 높은 직업은 과학자였고, 가장 신뢰도가 낮은 직업은 예상대로 슬롯 꽁 머니이었다.한국의 슬롯 꽁 머니 불신은 유독 심하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사회 분야별 신뢰도 조사에서 슬롯 꽁 머니은 꼴찌인 것은 물론 ‘처음 만난 사람’보다도 믿을 수 없는 집단으로 지목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 1만3863명을 대상으로 한 사회 인식 설문조사에서 슬롯 꽁 머니 신뢰도는 2.05점(4점 만점)으로 ‘인플루언서’(2.23점)보다도 낮았다. 미래 세대에게 슬롯 꽁 머니은 유튜버보다 못 믿을 존재다.

계엄·탄핵 정국에서 한국갤럽이 조사한 슬롯 꽁 머니 신뢰도 조사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56%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우 의장이 67세의 나이에도 경찰과 계엄군이 봉쇄한 국회 담벼락을 타고 넘어 국회 본관으로 들어가 계엄 선포 2시간 만에 계엄 해제요구안 가결을 끌어낸 리더십을 평가한 것이다. 당시 대한민국 국회의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해낸 데 대한 국민적 신뢰도다.

이 조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목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슬롯 꽁 머니다. 현 정국 최대 수혜자인 그의 신뢰는 41%인 데 반해 불신은 절반 이상인 51%였다. 이 대표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높은 비호감도를 지적한 질문에 대답을 회피했다.헌법재판소에 신속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촉구한 그는 외신과는 연일 기자회견을 하면서 정작 본인 재판에는 불참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탄핵 가결을 응원봉에 빗대 ‘빛의 혁명’이라고 했는데, 세간에는 그 빛이 반사이익을 뜻한다는 비아냥이 많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