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장사' 비판에…주요 은행, 가산파라오 슬롯 인하 전망

신한은행, 가산파라오 슬롯 최대 0.3%포인트 인하 전망
사진=연합뉴스
주요 시중은행이 가산금리 인하에 나설 전망이다. 파라오 슬롯 통한 인위적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 비판 여론이 크고, 은행 가계대출도 8개월 만에 감소하고 있어 높은 파라오 슬롯 유지할 명분이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번 주 가계대출 상품의 파라오 슬롯 최대 0.3%포인트(p) 낮출 예정이다. 상품별 인하 폭 등 세부 내용은 주초에 확정될 것으로 알려졌다.은행의 대출 파라오 슬롯는 은행채 파라오 슬롯·코픽스(COFIX) 등 시장·조달파라오 슬롯를 반영한 '지표(기준)파라오 슬롯'와 은행들이 임의로 덧붙이는 '가산파라오 슬롯'로 구성된다. 은행은 가산파라오 슬롯에 업무원가·법적비용·위험 프리미엄 등이 반영된다는 입장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 15일 은행채 3년·5년물 금리를 지표로 삼는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를 0.05%포인트씩 올린 것을 시작으로 이후 꾸준히 파라오 슬롯 높여왔다. 이번 주 가산금리 인하가 실행되면 약 6개월 만의 하향 조정이다.

신한은행뿐 아니라 대부분의 주요 시중은행도 비슷한 시점부터 가산파라오 슬롯 폭을 꾸준히 늘려왔다. 작년 3분기 이후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주택 구입) 열풍이 불면서 가계대출이 급증하자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요 억제 조치를 강하게 주문한 영향이다.KB국민은행도 내부적으로 가산금리 인하를 검토하면서 시기를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이 가산금리 인하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시장 상황을 살펴보면서 적절한 시점에 파라오 슬롯 인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신한은행을 시작으로 조만간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 등이 가산파라오 슬롯 인하를 결정하면, 다른 주요 시중은행도 대세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출 수요자가 파라오 슬롯를 낮춘 은행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월 9일 현재 가계대출 잔액은 733조7690억원으로, 작년 말(734조1350억원)보다 3660억원 줄었다. 대출 종류별로는 주택담보대출이 255억원(578조4635억→578조4380억원), 신용대출이 1347억원(103조6032억→103조4685억원) 각각 감소했다.은행이 '이자 장사'에만 몰두한다는 비난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은행연합회 소비자 포털에 공시된 '예대파라오 슬롯차 비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5대 은행에서 실제로 취급된 가계대출의 예대파라오 슬롯차(정책서민금융 제외)는 1∼1.27%포인트p로 집계됐다.

5대 은행의 가계 예대금리차가 모두 1%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2023년 3월 이후 1년 8개월 만이다. 지난해 10·11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두 차례, 0.5%포인트 인하되고 시장금리도 내렸지만, 은행들이 예금(수신) 금리만 일제히 낮추고 가계대출 관리를 이유로 대출 파라오 슬롯 낮추지 않은 결과다.

한국은행은 기준파라오 슬롯를 추가로 내릴 전망이다. 이 경우 시장파라오 슬롯 하락과 함께 은행 대출파라오 슬롯도 전반적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이 커진다. 지난해 말 발표한 '2025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률 안정세를 이어가고 성장의 하방 압력을 완화하는 동시에 금융 안정 리스크(위험)에도 유의하면서 기준파라오 슬롯를 추가로 인하할 것"이라고 밝혔다.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파라오 슬롯(은행채 5년물 기준)와 신용대출 파라오 슬롯(1등급·1년 만기)는 각 연 3.83∼5.817%, 4.03∼5.58% 수준이다.

약 두달 전인 지난해 11월과 비교해 각 하단이 0.26%포인트, 0.13%포인트 낮아졌다. 하지만 하락 폭은 같은 기간 혼합형 금리와 신용대출 금리의 주요 지표인 은행채 5년·1년물 금리의 낙폭(-0.303%포인트·-0.395%포인트)을 밑돈다. 은행들이 높은 수준의 파라오 슬롯 유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