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인데…슬롯 머신 게임 실적전망 하향, 왜?

증권가, 4분기 이익추정치 낮춰
수출 완성차 강달러 수혜 보지만
美무상보증·AS 비용 처리도 커져
증권사들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추정치를 낮춰 잡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주로 꼽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긍정적 효과보다 슬롯 머신 게임 증가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13일 현대자동차는 2.65% 하락한 22만원, 기아는 0.19% 빠진 10만54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슬롯 머신 게임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3조6611억원으로 집계됐다. 1개월 전 3조7454억원에서 2.25% 줄어들었다. 기아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한 달 사이 1.95% 감소했다.

자동차 업종은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주로 꼽힌다. 미국 수출 비중이 큰 만큼 원화로 환산한 영업이익이 더 증가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단기적인 환율 급등으로 슬롯 머신 게임 부채가 더 빠른 속도로 불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슬롯 머신 게임은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를 팔면서 제공하는 무상 보증 및 수리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판매 시점에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통상 달러로 적립하는 만큼 원화가 약세를 보이면 적립해야 하는 원화 기준 충당금 규모가 덩달아 늘어난다.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판매대금이 늘어나 슬롯 머신 게임 증가를 상쇄한다. 그러나 지난해는 환율이 급등한 12월 완성차 판매 실적이 10~11월 대비 줄어들어 그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현대차의 작년 4분기 해외 판매 실적은 10월 30만6509대, 11월 29만2559대, 12월 26만8736대였다. 기아도 해외 판매 실적이 10월 21만7901대, 11월 21만3835대, 12월 19만3887대로 12월이 비교적 적었다.

조희승 iM증권 연구원은 “슬롯 머신 게임는 분기 말 환율로 원화 환산을 하기 때문에 12월 환율 급등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다올투자증권은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슬롯 머신 게임 증가액을 약 6400억원으로 추정했다. DB금융투자는 8000억원, 하나증권은 7000억원으로 제시했다. 기아도 5000억~6000억원의 슬롯 머신 게임을 추가 적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작년 4분기 슬롯 머신 게임부채 비용이 현대차는 7000억원, 기아는 6000억원 늘어났을 것”이라며 “같은 기간 실적도 기존 추정치를 밑돌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