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있으면 할인해드려요"…슬롯 꽁 머니환원 새 전략 뜬다

IR큐더스, 신한투자증권 등과 슬롯 꽁 머니MTS 탑재
비상교육·오뚜기 등 슬롯 꽁 머니에 쿠폰 제공

일본선 상장사 40%가 '슬롯 꽁 머니 우대혜택'
"마케팅 효과·장기투자 유도 기대"
국내 중견·중소 상장사들이 슬롯 꽁 머니들에게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 할인권, 우대권 등 혜택을 주는 슬롯 꽁 머니우대 서비스에 속속 나서고 있다. 소액슬롯 꽁 머니들에게 각종 혜택을 제공해 중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한편 마케팅 효과도 볼 수 있다는 구상이다.

"주식 보유하면 쿠폰 드립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설명회(IR) 컨설팅기업 IR큐더스는 최근 신한투자증권과 손잡고 이 증권사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슬롯 꽁 머니우대 서비스 기능을 탑재했다. 투자자가 MTS에서 슬롯 꽁 머니 혜택 제공사의 쿠폰을 받고, 이 쿠폰을 온라인몰이나 서비스 플랫폼에서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오뚜기, 비상교육, 휠라홀딩스, 더네이처홀딩스, 시노펙스, 흥국에프엔비, 전진바이오팜 등이 슬롯 꽁 머니혜택을 제공할 예정이다. IR큐더스는 올 1분기 중 다른 국내 증권사 두어곳과도 이 서비스를 추가로 열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 관계자는 “슬롯 꽁 머니가 자사몰에서 제품을 구매할 경우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형식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여러 업종 상장사가 함께 슬롯 꽁 머니 우대에 나서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앞서는 일부 기업이 마케팅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슬롯 꽁 머니에게 혜택을 제공했다. 1997년 4~6월 세 달간 기아자동차가 자사 주식을 1000주 이상 보유한 슬롯 꽁 머니에게 자동차를 5% 할인해 판매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2000년대 이후엔 슬롯 꽁 머니에게 리조트·스키장 할인 혜택을 주는 강원랜드 등을 제외하면 슬롯 꽁 머니 우대 정책을 운영하는 기업을 찾기 힘들었다.

일본은 상장사 40%가 슬롯 꽁 머니혜택 제공

반면 슬롯 꽁 머니 혜택은 일본에선 이미 널리 자리잡은 제도다. 작년 말 기준으로 일본 상장사의 40% 정도인 1520여개사가 슬롯 꽁 머니혜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0년 상장사의 17%, 2005년 25% 수준에서 꾸준히 증가했다. 대부분 자사 제품이나 상품권, 할인권 등을 슬롯 꽁 머니에게 제공하는 식이다.일본에서 가장 큰 수퍼마켓 체인 기업 라이프코퍼레이션은 100주 이상을 1년 넘게 보유한 슬롯 꽁 머니에게 자사 수퍼마켓에서 쓸 수 있는 상품권을 제공한다. 일본맥도날드홀딩스도 같은 기준으로 투자자에게 식사 할인권을 준다. 올초엔 1000개 넘는 상장사에 투자하면서 슬롯 꽁 머니우대 혜택을 모아 외식과 취미활동을 해결하는 한 일본 자산가의 이야기가 홍콩 매체에 보도되기도 했다.

일본 슬롯 꽁 머니들은 투자 결정에 있어 슬롯 꽁 머니혜택을 유의미하게 보는 분위기다. 다이와증권에 따르면 2022년 슬롯 꽁 머니혜택을 폐지한 기업들은 발표 다음날 주가가 평균 5~6% 내렸다.

'슬롯 꽁 머니도 고객, 고객도 슬롯 꽁 머니' 선순환 구상

금투업계에선 슬롯 꽁 머니우대 서비스가 저성장 시대 국내 중견·중소 기업들의 슬롯 꽁 머니환원 대안책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가가 확 뜨거나 배당을 크게 확대하려면 기업의 실적과 이익이 커져야 한다. 당장 업황이나 초기 투자 필요성 등의 이유로 이같은 여력이 없는 기업들의 경우엔 슬롯 꽁 머니 혜택을 통해 슬롯 꽁 머니와 이익을 공유하는 효과를 일부라도 낼 수 있게 된다. 꾸준한 혜택으로 소액슬롯 꽁 머니들의 중장기 투자를 유도해 주가 흐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도 있다.기업이 슬롯 꽁 머니 혜택을 통해 슬롯 꽁 머니에게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고, 이를 통해 매출 외연을 키워 주가를 올리는 선순환 구조도 도모할 수 있다. 비상교육 관계자는 “기업이 슬롯 꽁 머니이자 고객인 투자자와 장기간 함께하고자 한다는 취지로 슬롯 꽁 머니 혜택을 준비하고 있다”며 “잘 쓰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슬롯 꽁 머니의 투자 관심도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기업은 이르면 다음달 중 자사 교육 앱 등에 대한 쿠폰 혜택을 선보일 예정이다.

외국인·기관은 사용 한계…"대기업은 도입 꺼릴 것"

이같은 방식의 슬롯 꽁 머니 혜택 정책이 대기업으로도 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금투업계의 전망이다.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 등에는 혜택이 가기 어려운 구조라서다. 슬롯 꽁 머니 혜택은 대부분 교환권이나 할인권 형식이라 외국인이나 기관은 받아도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한 기업 관계자는 “외국인 지분 비중이 높은 대기업의 경우엔 외국인과 국내 일반 슬롯 꽁 머니간 차별 논란 등을 우려해 슬롯 꽁 머니 우대 정책에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선 혜택만 받아가는 ‘체리피커’ 슬롯 꽁 머니도 잠재적 부담 요소다. 투자자가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주식을 사들여 할인 혜택을 받고, 직후에 주식을 팔아버리기도 쉽다는 얘기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본 상장사들은 주로 주식 보유기간이 1년 이상인 슬롯 꽁 머니를 대상으로 혜택을 지급하고, 보유기간이 길 수록 추가로 우대하는 구조로 제도를 운영한다”며 “이같은 방식을 쓸 수 있다면 개인 투자자들의 중장기 투자를 촉진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