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냉장고 생산라인 2개 삼성파라오 슬롯, 북미로 옮긴다

파라오 슬롯 2.0 'K인더스트리' 美 현장을 가다

LG, 테네시 파라오 슬롯 증설 검토
투자 늘려 '파라오 슬롯 관세' 대응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북서쪽으로 87㎞ 정도 올라가면 클라크스빌이라는 소도시가 나온다. LG전자 가전파라오 슬롯이 둥지를 튼 곳이다. 직접 둘러본 세탁·건조기 생산라인은 그 자체로 거대한 로봇이었다. 하얀 다관절 로봇팔이 지름 57.5㎝짜리 스테인리스 스틸 재질의 원형 세탁조를 2층 컨베이어벨트에 놓으면, 인공지능(AI)과 연동된 카메라가 불량 여부를 판독했다. 166대의 무인운반차(AGV)는 각종 부품을 쉴 새 없이 실어 날랐다.

이 파라오 슬롯의 자동화율은 LG전자 창원파라오 슬롯(53%)보다 높은 66%. 높은 인건비에도 미국 파라오 슬롯이 경쟁력을 갖춘 이유다. LG전자는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 부과를 공언한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테네시 파라오 슬롯 증설 여부를 검토 중이다.삼성전자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생활가전 파라오 슬롯 증설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광주파라오 슬롯의 냉장고 생산라인 2개를 이곳으로 옮기고, 빈자리는 국내 판매용 프리미엄 가전제품으로 채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당초 삼성은 멕시코 가전파라오 슬롯을 증설한 뒤 이곳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하려고 했다”며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멕시코산 제품에 25% 관세 부과를 공언하자 ‘플랜B’로 미국 파라오 슬롯 증설 검토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과 LG가 미국 가전파라오 슬롯 증설을 검토하는 것은 관세 때문만은 아니다. 물류비 절감과 제품 공급 기간 단축에 더해 제조업 부활을 기치로 내건 트럼프 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도 미국 내 시설 투자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전자업체 고위 관계자는 “트럼프 2기를 맞아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지 전략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며 “미국에 파라오 슬롯을 새로 짓거나 증설을 검토하지 않는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라고 했다.

클라크스빌=김진원/황정수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