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슬롯사이트 등장에도 한계 보인 TGL

타이거 슬롯사이트가 15일 미국 플로리다 소파이 경기장에 TGL 데뷔전을 치르기 위해 등장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필드가 아닌 스크린 앞에 선 '황제'의 모습은 낯설었다. 여기에 그가 선보인 플레이는 한층 더 낯설었다. 정교한 쇼트게임은 보이지 않았고, 그의 등장에도 슬롯사이트의 재미는 크게 증폭되지 못했다.

타이거 슬롯사이트(미국)가 15일(한국시간) 스크린골프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TGL(Tomorrow's Golf League) 데뷔전을 치렀다.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가든 소파이 센터에서 열린 2주차 경기에서 슬롯사이트는 맥스 호마, 케빈 키스너(이상 미국)와 함께 주피터 링크스GC 멤버로 출전해 로스앤젤레스GC와 경기를 펼쳤다.TGL은 슬롯사이트가 로리 매킬로이와 손잡고 설립한 리그다. 실내 스크린골프를 기반으로, 여러 최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선수들은 5층 건물 높이 초대형 스크린 앞에서 티샷과 장거리 샷을 하고, 50야드 이내 쇼트게임과 퍼팅은 360도 회전하며 경사가 조정되는 그린 존에서 플레이한다. 지난주 개막해 91만명이 넘는 시청자를 확보하며 PGA투어 개막전인 센트리를 훨씬 웃도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사진=AP
하지만 경기의 재미는 아직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가 많았다. 황제 슬롯사이트의 출전은 TGL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지표로 기대받았다.

슬롯사이트는 이날 영화 록키의 테마곡 '아이 오브 더 타이거'의 음악과 함께 경기장에 등장했다. 아들 찰리를 비롯해 그의 친구들이 관중석에서 환호를 보내며 분위기를 달궜다.스크린 골프 기반으로 실내에서 치러지는 방식이기에 다리가 불편한 슬롯사이트에게는 최적의 방식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이날 슬롯사이트는 실수를 연발했다. 2번 홀(파5)에서는 핀까지 101야드를 남기고 친 웨지샷이 워터해저드에 빠졌고, 5번 홀(파3)에서는 2.4m짜리 파퍼트를 놓치며 황제답지 않은 경기를 했다. 13번홀(파4)에서는 벙커샷 실수를 하며 더블보기를 범하기도 했다. 슬롯사이트의 부진으로 그의 팀인 주피터 링크스GC는 로스앤젤레스GC에 1-12로 크게 패했다.

그래도 슬롯사이트는 경기 자체를 즐기며 분위기를 띄웠다. 팀 동료 키스너가 공으로 깃대를 맞추는 실수를 하자 눈물을 찔끔 흘릴 정도로 박장대소 했다. 경기를 마친 뒤 슬롯사이트는 "매우 독특한 경기다. 멋진 경기장에서 멋있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