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머신 일러스트 '보헤미안 랩소디' 노래 사용료 분쟁 음저협 항소심서 패소 … 한숨 돌린 슬롯 머신 일러스트계

英 저작권協과 계약 맺은 협회
고법 "소송 낼 자격 없다" 각하
'CGV에 사용료 지급' 1심 뒤집혀
외화 공연료 놓고 대법 판단 주목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슬롯 머신 일러스트 ‘보헤미안 랩소디’(사진)에 삽입된 노래 사용료를 두고 슬롯 머신 일러스트관 체인 CGV와 벌인 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5-2부(부장판사 김대현 강성훈 송혜정)는 지난달 음악저작권협회가 CGV를 상대로 낸 1억12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음악저작권협회는 법무법인 바른, CGV는 법무법인 세종이 대리했다.2018년 10월 CGV를 비롯한 국내 슬롯 머신 일러스트관들은 유명 밴드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슬롯 머신 일러스트인 ‘보헤미안 랩소디’를 상영해 큰 인기를 끌었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에 삽입된 곡의 ‘공연권’ 문제가 불거졌다. 저작권 중 하나인 공연권은 저작물을 공중에 공개할 수 있는 권리다.

슬롯 머신 일러스트에 들어간 노래 31곡의 공연권은 영국 저작권협회인 PRS포뮤직이 신탁받은 상태였다. PRS와 상호관리계약을 맺은 한국 음악저작권협회는 PRS 요청으로 2019년 “CGV가 공연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음악저작권협회가 해외 슬롯 머신 일러스트의 음악 사용료에 대해 소송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음악저작권협회는 한국 슬롯 머신 일러스트의 노래는 극장 상영 시 공연권료를 징수하지만 해외 슬롯 머신 일러스트는 슬롯 머신 일러스트관이 수입 과정에서 권리 처리를 마치면 공연권을 문제 삼지는 않았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2022년 5월 음악저작권협회 승소를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CGV가 슬롯 머신 일러스트 제작사인 20세기폭스로부터 음악저작물 공연을 허락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했다.항소심 법원은 CGV 주장을 받아들여 “음악저작권협회가 소송을 낼 자격이 없다”며 각하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연권자인 PRS가 직접 국내 소송대리인을 선임해 소송을 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며 “슬롯 머신 일러스트 제작자가 곡을 슬롯 머신 일러스트에 적법하게 삽입했는지가 쟁점인데, 음악저작권협회가 권리관계를 직접 파악하지 못해 PRS 입장을 확인하는 데 한계가 드러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사용료 징수를 문제 삼으려면 PRS가 직접 소송하라는 뜻이다.

음악저작권협회가 이달 상고하면서 법조계와 슬롯 머신 일러스트관업계는 대법원 판단을 주시하고 있다. 상고심 결과에 따라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등도 사용료 소송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