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도시 슬롯 머신 덮친 산불…앤디 워홀 명작까지 '잿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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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9일째 이어져…쇤베르크 악보 10만장도 불탔다“앤디 워홀도, 키스 해링도 먼지가 됐다.”
브로드 슬롯 머신·게티뮤지엄 폐쇄
슬롯 머신에 유명 컬렉터·갤러리 밀집
200만弗 넘는 워홀 작품 30점
키스 해링·데이미언 허스트도 소실
내달 '프리즈 슬롯 머신' 개최도 불투명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슬롯 머신)에 거주하는 미술품 컬렉터 론 리블린이 지난 14일 뉴욕타임스에 전한 말이다. 그는 팰리세이드 자택에 보관하던 200점 넘는 예술 작품이 불탔고 수백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한 점에 200만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워홀 작품 30여 점과 해링 작품 다수, 데이미언 허스트 등의 대형 작품이 포함됐다.미 서부를 대표하는 예술 도시 슬롯 머신 지역에서 발생한 역대 최악의 산불 진압률이 9일째 10%대에 머물러 세계 예술계의 긴장감과 비애가 커지고 있다. 개인 컬렉터 소장 작품의 피해 규모가 계속 커지는 데다 20세기 가장 혁신적인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악보 약 10만 점을 포함해 파블로 피카소의 명작 등도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침통한 슬롯 머신계 …피해 규모 추산 불가
슬롯 머신는 영화의 상징인 할리우드 지역을 포함해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과 미술의 중심지다. 미술관만 100개가 넘는다. 이번 화재로 100년 이상 자리를 지킨 유서 깊은 유대인 회당 ‘패서디나 유대인 사원’, 수많은 영화의 세트장으로 사용된 팰리세이즈차터고 등이 파괴됐다.게티뮤지엄과 게티빌라, 해머뮤지엄, 헌팅턴도서관, 브로드슬롯 머신, 노턴사이먼슬롯 머신 등도 한시적으로 문을 닫고 화재 진화 단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20세기 가장 혁신적인 작곡가 쇤베르크의 악보 등 10만 점도 파괴됐다. 쇤베르크의 아들 래리 쇤베르크(83)는 벨몬트라는 출판사를 세워 쇤베르크의 악보를 보관, 임대하고 있었는데 이번 화재로 건물 전체가 소실됐다. 래리는 “원본 악보는 파괴되지 않았지만 벨몬트 컬렉션이 없어져 앞으로 몇 달간 쇤베르크의 작품을 연주할 오케스트라, 실내악단, 독주자들에게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잔혹하고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슬롯 머신 미술계 상징인 게티박물관은 이번 산불에 특별 방어에 나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빈센트 반 고흐의 붓꽃, 렘브란트의 그림 다수와 초상화 등 귀중한 컬렉션, 인류 유산 6만여 점을 보유해 예술계의 관심이 가장 많이 쏠린 곳 중 하나다.
1997년 문을 연 게티박물관과 게티빌라는 가장 큰 피해 지역 중 한 곳인 퍼시픽팰리세이즈 지역에 있는데, 게티빌라 동쪽 벽에서 1.8m 떨어진 곳까지 불길이 닥쳤지만 피해를 보지 않았다.
유명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가 설계 단계부터 화염이 번지지 않도록 자재를 엄선했고, 주변 정원에도 아카시아 관목과 참나무 등 불연성이 높은 식물을 심은 덕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슬롯 머신가 지원하는 기금 조성
이번 화재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예술계 손실로 기록될 전망이다. 미술 보험 전문회사 리스크스트래티지스의 크리스토퍼 와이즈 부사장은 “수없이 많은 수십억원대 미술품이 위협받고 있다”며 “허리케인 샌디보다 훨씬 더 큰 손실이 예상되는데, 재앙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당장 다음달 20일부터 슬롯 머신 샌타모니카공항에서 열기로 예정돼 있던 아트페어 ‘프리즈슬롯 머신’ 개최도 불투명하다.게티재단을 중심으로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슬롯 머신CMA) 등 주요 박물관과 스티븐스필버그재단, 포드재단, 앤디워홀시각예술재단 등은 캘리포니아 산불로 피해를 본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기금을 마련했다. 1200만달러(약 174억9000만원)로 ‘슬롯 머신예술커뮤니티 산불릴리프 펀드’를 조성해 슬롯 머신 화재로 주거지, 스튜디오, 생계를 잃은 모든 분야 예술가와 예술 종사자를 돕기로 했다. 마이클 고번 슬롯 머신CMA 관장은 “이렇게 빠른 시간에 흩어져 있던 예술계가 하나의 뜻으로 모이게 된 획기적인 일”이라며 “산불 피해를 함께 애도하고, 예술가와 예술 생태계가 복원되도록 힘을 모아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보라/안시욱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