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트럼프 노리는 슬롯사이트 꽁머니 자경단

2022년 취임한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의 재임 기간은 44일이다. 역대 영국 총리 중 최단 기록이다. 야심만만한 40대 총리를 끌어내린 건 ‘슬롯사이트 꽁머니 자경단(Bond Vigilantes)’으로 불리는 공매도 세력이었다.

슬롯사이트 꽁머니 자경단은 1984년 미국 경제학자 에드 야데니가 처음 사용한 용어다. 국채 금리를 급등(슬롯사이트 꽁머니 가치 하락)시켜 시장을 흔드는 세력을 말한다. 정부의 정책 방향에 항의하기 위해 행동을 취한다는 이유로 ‘자경단’이란 이름이 붙었다. 트러스 총리가 이들의 표적이 된 것은 경기 부양을 위해 꺼내 든 감세안 때문이다. 슬롯사이트 꽁머니 자경단은 영국 정부가 줄어든 수입을 메우기 위해 슬롯사이트 꽁머니 공급을 늘릴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으로 영국 국채를 투매했다. 트러스 총리는 중앙은행을 동원해 슬롯사이트 꽁머니을 매입했지만 급격한 국채 금리 상승과 파운드화 가치 급락을 막아내지 못했다.

슬롯사이트 꽁머니 자경단이 정부를 뒤흔든 사례는 그 외에도 여럿이다. 2010년부터 2012년 남유럽 경제위기 때는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국채를 투매해 이 나라들의 재정을 한층 더 악화시켰다. 2022년 말부터 일본 슬롯사이트 꽁머니 금리가 폭등한 것도 슬롯사이트 꽁머니 자경단의 개입 때문이다.

이들의 새로운 먹잇감은 미국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슬롯사이트 꽁머니 자경단 때문에 곤욕을 치를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추는 등 기업과 개인의 세금을 대대적으로 감면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이미 ‘대대적인 감세→세수 부족→국채 공급 증가→금리 급등’ 공식이 작동 중이다. 미국 국채 10년 만기 금리는 지난 13일 기준으로 연 4.8%까지 치솟았다. 최근 14개월 사이 가장 높은 수준이다.외신들은 슬롯사이트 꽁머니 자경단의 공격이 이어져 국채 금리가 더 오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리더십이 흔들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가 불어난 이자 비용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고, 이 때문에 슬롯사이트 꽁머니 가치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무서울 게 없어 보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슬롯사이트 꽁머니 시장과의 승부에서도 승리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