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죄 뺀 슬롯 머신도 검토…'강공 모드'서 한발 뺀 野

'내란 슬롯 머신 강행' 고집하던 野
국민의힘과 '협상 모드'로 전환
여론조사 지지율 역전 의식한 듯

與도 '슬롯 머신 철회' 입장서 양보
자체 계엄 슬롯 머신도 당론 발의
우원식 국회의장(가운데)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왼쪽),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12·3 비상계엄 사태’ 슬롯 머신 관련 협상을 시작하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여권을 겨냥해 ‘내란슬롯 머신’을 강하게 추진했던 더불어민주당에서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된다. 슬롯 머신에서 외환죄를 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여권과 논의해 중재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양당 지지율 역전이라는 뼈 아픈 평가를 받아든 민주당이 ‘강공 모드’에서 일단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17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특검 법안에 대한 ‘끝장 협상’을 벌였다. 당초 민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를 열고 내란슬롯 머신을 처리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양당이 한발씩 물러서면서 우선 협의를 거치기로 했다.당초 본회의 개의 시간인 이날 오후 2시까지 여야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민주당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려 했던 움직임과 다른 것이다. 이날 오전만 하더라도 박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이 발의하겠다는 슬롯 머신은 말만 슬롯 머신이지 수사를 대충하고 적당히 덮자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오늘 중에 꼭 국민 눈높이에 맞는 내란슬롯 머신을 통과시키겠다”고 했다. 그러나 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야당의 특검·탄핵 남발이 오히려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자 한발 물러섰다는 평가다.

야당 주도의 내란슬롯 머신이 통과될 경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려됐다는 분석이다. 여당 입장에서는 거부권 이후 재표결에 들어갈 경우 이탈표를 막아야 하는 과제가 생기고, 야당으로선 재표결에서 부결 시 법안이 완전 폐기되는 게 부담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극한 대치를 이어가던 여야가 협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며 “슬롯 머신이 어떤 식으로든 통과된다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윤 대통령과의 ‘거리 두기’를 본격화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한발짝 물러섰다. 오전까지 슬롯 머신 철회 주장이 나왔던 국민의힘은 자체 법안인 ‘계엄슬롯 머신’을 당론 발의했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을 도입할 경우 예산만 300억원가량이 사용된다”면서도 “민주당이 위헌적이고 독소조항이 많은 슬롯 머신을 내놨기 때문에 그게 국민에게 더 큰 피해가 갈 수 있어 고육지책으로 어쩔 수 없이 슬롯 머신을 발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야6당이 낸 내란슬롯 머신과 비교하면 △수사 대상에서 내란 선전·선동 및 외환 혐의를 제외하고 △수사 기간을 최장 150일에서 110일로 줄이고 △수사 인원을 155명에서 58명으로 축소했다.

정소람/박주연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