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그러나 매일 겪는 예사로운 일속에 뭔가 두려운사실이 숨겨져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우리말의 가락을 살려 독특한
사설조의 문장으로 글을 엮어가는 작가 서정인(58)씨가 다섯번째창작집
"붕어"(세계사간)를 펴냈다.

네번째창작집 "철쭉제"이후 9년만에 낸 이 소설집에는 "해바라기""기우"
"망상""붕어"등 7편의 중단편이 실려 있다.

"승합차의 불친절과 난폭운전에 시달리고 매연냄새에 코를 킁킁거리며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는 서씨는 "우리사회의 도덕적 타락
과 혼란,세상의 혼탁함을 드러내려 했다"고 밝힌다.

이 창작집에 실린 소설중 "기우""망상""광상""환상""붕어"등 5편에는
김씨라는 소설가가 등장,세상의 사사로운 일을 관찰하고 그속에서 느끼는
환멸을 표현한다.

표제작 "붕어"는 전주에 살고있는 김씨가 부여근처의 유명한 한의사에게
진찰을 받기위해 이른아침 아내와 함께 떠났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오는 어
느 하루의 행적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서두에서부터 세상에 대해 치미는 울화가 자조적인 푸념과 불평섞인 말로
펼쳐진다.

이번작품들의 특징은 일상적인 구어체를 사용한 대화가 많다는것.평소에
쓰는 구어체 문장속에 독특한 말씨 억양 음양의 강도등을 다양하게 구사하
고 있다.

서씨는 "줄거리중심의 글이 아니라 소소한 얘기를 구어체문장을 통해 이
어가므로 쉽게 읽히지 않고 신경과 관심을 집중해야 읽힐것"이라며 "건성
건성 쉽게 읽히면 좋은소설이 아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서씨는 36년 전남순천에서 출생했으며 서울대영문과를 졸업,미국털사대에서
수학했다.

62년 "사상계"에 단편 "후송"을 발표하면서 등단,한국문학작가상 월탄문학
상등을 수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