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 - 과장 - 부장 - 업무부장.본부장 - 이사 - 이사회.

일본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의사결정 과정이다.

결제과정이 복잡한 만큼 시간과 인력도 많이 든다.

문제가 발생했을때 정확한 책임소재를 밝혀내기도 힘들다.

정보화시대의 ''암''적 시스템인 셈이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이 이런 뒤처진 의사결정 시스템의 대수술에 들어갔다.

사내 모든 의사결정을 컴퓨터 온라인 상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업무개혁에 착수한 것.

개혁 내용은 이렇다.

각 부석에서 나온 각각의 안건을 관련 부서의 담당자와 각간부에게
전자메일로 회람시킨다.

이 안을 컴퓨터 화면에서 본 사람은 자기 의견을 화면에 입력해서 서로
논의한다.

사장 등 의사결정자는 최초의 발안과 여러가지 의견논의과정을 모두
지켜본뒤 최종 결정을 내린다.

미쓰비시 머티리얼은 이런 의사결정외에 업무연락도 전자메일로
관리.경리.인사정보 등을 데이터베이스화 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이 회사의 의사결정 기간은 대개 열흘전후였다.

한 단계를 거칠때마다 이틀씩, 총 다섯단계를 거쳐야 하기때문이다.

그러나 전자메일 방식을 쓰면 회람하는데 사흘, 의견교환하는데 이틀로
총 닷새만에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모든 과정이 공개되는 덕분에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책임소재도 명확히
가려낼수 있다.

서류 없는 ''페이퍼리스''화도 부수 효과로 따라오게 된다.

이번 업무개혁으로 본사의 간접부문 인원을 20~30% 축소, 본격적인
군살빼기를 단행한다는 것이 미쓰비시 머티리얼의 계획이다.

그러나 문제도 있다.

사내 중간관리층의 반발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누구라도 직속 상사를 거치지 않고 사내에 이런저런 입장을 밝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사내 언로를 개방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크게 축소, 전체 회사 분위기에 나쁜 영향을 줄수도 있다.

이번 계획의 발안자는 뜻밖에도 이 회사의 아키모토 유키사장이었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지금까지 수직적으로 흘러갔던 정보체계를
수평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아키모토 사장의 지론이다.

이제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왔다는
얘기다.

<노혜영기자>

(한국슬롯사이트신문 1996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