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불이 났다.

관객들은 탈출하기 위해 비상구로 몰려들었다.

먼저 나가려는 마음들로 비상구쪽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넘어져 짓밟힌 사람들, 뒤엉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몸부림만 치는
사람들, 가히 난장판이었다.

와중에 단 한사람이 객석에 가만히 앉아 그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큰 불이 아니어서 이내 진화가 되어 불로 인한 사상자는 없었지만
비상구 근처에서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후일 그 사람은 "사람 많은 곳엔 가지 말라"는 어머니 말씀을 충실히
이행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증시가 안 좋으면 너도 나도 주식 팔기에 정신이 쏠리지만 진정한 프로
투자자는 오히려 매수타이밍을 잡는 호기로 삼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