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슬롯사이트 볼트=위험+기회'
미국의 역대 대통령 중 존 F 케네디만큼 큰 슬롯사이트 볼트가 잦았던 경우도 드물다. 짧은 재임기간(1961년 1월~1963년 11월)에도 취임 두 달 만에 쿠바 공산정권을 전복시키려던 피그만 침공작전 실패로 곤경에 처했고, 소련의 위협으로 베를린 슬롯사이트 볼트가 벌어졌으며, 미국의 턱밑인 쿠바에 소련 핵미사일을 배치하려던 쿠바 사태까지 슬롯사이트 볼트의 연속이었다.

그럴 때마다 40대의 젊은 케네디는 “슬롯사이트 볼트(crisis)를 한자로 적으면 두 글자다. 하나는 위험(危)이고 다른 하나는 기회(機)”라고 호소해 공포에 떠는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윈스턴 처칠은 “낙관주의자는 슬롯사이트 볼트 속에서 기회를 보고, 비관주의자는 기회 속에서 슬롯사이트 볼트를 본다”고 했다. 이런 명언들 덕에 누구나 ‘슬롯사이트 볼트가 곧 기회’인 줄은 안다. 그러나 막상 닥치면 슬롯사이트 볼트를 기회로 만드는 게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 새옹지마를 떠올리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를 되뇌어도 위험만 산더미처럼 느껴진다. 슬롯사이트 볼트가 수그러들어야 비로소 변화(change)한 만큼 기회(chance)가 생기지만 그것도 준비된 사람에게만 보인다.

최근 국내 증시 폭락장에서 ‘동학개미운동’이 뜨겁다. 20~30대를 중심으로 외국인 매도에 맞서 주식을 사자는 움직임이다. 이달 들어 외국인이 9조5105억원을 순매도할 동안 개인은 8조6277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삼성전자다. 주식 활동 계좌수도 33만 개 늘어 전년 동기 대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2030의 시각에서 보면 ‘시간은 우리 편’이라는 시간 선호와 리스크를 감수하는 위험 선호를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앞으로 살 날이 많고 길게 보면 주가는 우상향해왔다. 과거 슬롯사이트 볼트 때마다 삼성전자 같은 우량주가 폭락 후 급반등한 학습효과도 있다. ‘묻지마 투자’가 아니라 주가 하락 시 수익이 나는 인버스펀드로 위험을 분산할 줄도 안다. 반면에 은퇴가 다가오는 40~50대는 선뜻 들어가길 꺼린다. 아직은 슬롯사이트 볼트의 끝을 알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코로나 사태는 ‘슬롯사이트 볼트=위험+기회’라는 등식으로 끝이 아니다. ‘공포와 담력’을 더하고 경제슬롯사이트 볼트의 확률을 곱해야 한다. 경제슬롯사이트 볼트까지 치닫지 않는다면 다행이지만 그 확률이 높아진다면 후유증도 우려된다. 동학개미운동이 민첩한 기회 포착인지, 성급한 위험 투자인지는 두고 봐야 알 것이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