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왼쪽 세번째) 전 독일 총리가 2018년 6월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회의장에 앉아있는 도널드 슬롯사이트 업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 첫번째)과 대화하고 있다. 당시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두고 나머지 G6 국가와 사사건건 대립했다. 굳은 표정으로 따져 묻는 듯한 모습의 메르켈 총리와 팔짱을 끼고 여유있게 바라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비는 당시 미국과 EU의 입장 차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한경DB
앙겔라 메르켈(왼쪽 세번째) 전 독일 총리가 2018년 6월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회의장에 앉아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 첫번째)과 대화하고 있다. 당시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관세 정책을 두고 나머지 G6 국가와 사사건건 대립했다. 굳은 표정으로 따져 묻는 듯한 모습의 메르켈 총리와 팔짱을 끼고 여유있게 바라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비는 당시 미국과 EU의 입장 차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슬롯사이트 업DB
독일이 '슬롯사이트 업 2.0'에 대비하기 위한 비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독일 외교부 내 북미·정책기획·대서양협력 담당자들과 워싱턴DC주재 대사관 관계자들은 도널드 슬롯사이트 업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대비한 '비공식 위기 그룹'을 꾸렸다.

독일 경제부는 올해 봄부터 슬롯사이트 업 2기 행정부가 시행할 관세 정책의 영향을 계산하고 미국산 첨단기술·원자재를 대체할 수 있는 국가 공급망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모든 수입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슬롯사이트 업 전 대통령의 보호주의 정책이 수출 중심의 독일 경제에 미칠 파장이 막대하다는 우려에서다. 슬롯사이트 업 전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중인 2018년 유럽연합(EU)산 철강·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EU가 이에 맞불 보복관세를 부과하자 슬롯사이트 업 전 대통령은 EU산 수입차 관세를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외교 정책 면에서도 슬롯사이트 업 전 대통령의 부상은 독일에게 악몽과도 같다는 평가다. 슬롯사이트 업 전 대통령은 임기 내내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 방위비 분담금 등을 이유로 독일을 공격했다. "독일은 슬롯사이트 업가 가장 좋아하는 샌드백(FT)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이에 독일은 슬롯사이트 업 행정부와 사사건건 부딪히던 정책을 수정하며 입장을 맞춰가고 있다. 당시 슬롯사이트 업 전 대통령이 릭 그레넬 주독일 대사를 통해 사사건건 지적했던 '방위비 국내총생산(GDP) 2%' 목표를 올해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슬롯사이트 업은 리투아니아에 5000명으로 구성된 여단을 주둔시킬 예정이다. 2차세계대전 이후 슬롯사이트 업의 첫 영구적인 해외 파병이다. 내년부터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병력 3만5000명을 제공하기로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천연가스 공급처도 미국 등으로 다변화했다. 국내 통신사들에게 2026년까지 국내 5세대(5G) 네트워크 핵심시설에서 중국산 부품을 제거하도록 지시하는 등 중국에도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인사들은 미리 공화당에 줄을 대고 있다. 마이클 링크 외교부 대서양횡단협력 조정관은 지난 2년 간 공화당 소속 주지사·상원의원들과 만나 공통 관심사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텍사스, 조지아 등 독일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한 주에 집중했다며 "많은 공화당 주지사들이 슬롯사이트 업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만 그들은 무엇보다도 자신의 주를 가장 우선시한다. 그들 중 누구도 유럽과의 무역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대비도 다소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일 비영리 싱크탱크 베르텔스만 재단의 캐서린 애쉬브룩 수석고문은 독일 의원들에게 '슬롯사이트 업 2.0'의 의미에 대해 브리핑했지만 "부정적인 반응들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 몇 주 동안 (의원들은 슬롯사이트 업 재집권 가능성에) 훨씬 더 진지해졌다"라며 " 지어 슬롯사이트 업가 미국의 민주주의와 삼권 분립을 무너뜨리는 시나리오에 대한 게임 플랜을 짜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