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개인들이 슬롯 머신 프로그램를 비싸게 살 수밖에 없는 이유

슬롯 머신 프로그램 시장에서는 매년 ‘상고하저’ 흐름이 반복된다. 상반기에는 기관들이 자금을 푸는 ‘연초효과’로 슬롯 머신 프로그램 발행이 몰린다. 하반기에는 유동성이 줄어들면서 슬롯 머신 프로그램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게 일반적이다.

올해 하반기 슬롯 머신 프로그램 시장 풍경은 예년과 다르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 수요예측 ‘완판’ 행진이 연일 진행 중이다. 하반기 슬롯 머신 프로그램 흥행의 표면적인 이유는 금리 인하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캡티브(captive) 영업’ 관행이 숨어 있다. 캡티브 영업은 슬롯 머신 프로그램 발행 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동시에 내부 자금으로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기업들은 슬롯 머신 프로그램 발행 주관사를 선정할 때 증권사에 수요 예측 참가를 요구한다. 증권사는 슬롯 머신 프로그램를 얼마나 사줄지 약속하고 대표 주관 자리를 따낸다. 캡티브 물량을 미끼로 슬롯 머신 프로그램 영업이 이뤄지는 것이다.

문제는 요즘 기업들이 노골적으로 증권사에 수요예측 참가를 강제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일부 기업만 이를 활용했다. 수요예측 미매각 오명을 피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증권사의 캡티브 관련 물량 없이 발행되는 슬롯 머신 프로그램를 거의 찾기 힘들다. 증권사들은 슬롯 머신 프로그램 시장 ‘갑(甲)’ 지위에 있는 기업의 요구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수용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캡티브 영업으로 슬롯 머신 프로그램 금리 왜곡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슬롯 머신 프로그램 금리는 수요예측 제도를 통해 정해진다. 공개 입찰을 통해 시장 눈높이에 맞는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시장 수요와 무관한 증권사의 주문이 쏟아지면서 수요예측 제도의 가격 결정 기능이 흔들리고 있다. 수요예측에 과도하게 많은 주문이 몰리고 슬롯 머신 프로그램의 금리가 떨어지면(가격이 오르면) 그 피해는 슬롯 머신 프로그램에 투자하는 개인이나 기관 투자자들이 떠안게 된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해 증권사 슬롯 머신 프로그램 담당자들과 만나 시장 의견을 취합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각 증권사에서 수요예측 관련 자료를 제출받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감감무소식이다.

일각에서는 캡티브 영업의 순기능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채권 시장이 어려워졌을 때 기업 자금 조달을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기업 입장에선 증권사 강제 참여를 통해 당장 이자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금리 왜곡이라는 부작용으로 슬롯 머신 프로그램 수요예측 제도의 신뢰도는 갈수록 추락하는 양상이다. 시장에선 이제라도 공정한 슬롯 머신 프로그램 수요예측 질서 확립을 위해 금융당국이 나설 때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