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기평 슬롯 꽁 머니로 에어팟 산 연구원…5년간 부정집행만 89억원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기관인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산기평·KEIT)에서 지난 5년간 89억원에 달하는 슬롯 꽁 머니가 부정 집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국정감사에서 꾸준히 슬롯 꽁 머니 횡령을 문제로 지적해 왔지만, 지난해 부정집행액은 5년 전 보다 높았다. 일부 연구 책임자는 학생 연구원의 인건비를 빼앗아 고가의 전자 제품을 사는 등 국가 R&D 예산이 황당하게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기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산기평에서 슬롯 꽁 머니가 부정집행된 금액은 최근 5년간 평균 17억8000만원이었다. 5년 동안 적발된 약 89억원의 부정 집행액 중 환수된 금액은 60억원(68%)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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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기평에서 집행된 슬롯 꽁 머니가 엉뚱한 곳에 쓰인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지난해 12월 산기평 자체 감사에 따르면 A 대기업은 산기평으로부터 연구 과제를 따낸 뒤 영업·마케팅팀 평사원 14명을 연구원인 것처럼 허위 등록했다. 이를 통해 3년간 5억 2200만원에 달하는 인건비와 연구 수당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 슬롯 꽁 머니원의 인건비를 빼앗아 고가의 전자 제품을 산 사례도 있었다. 대학 슬롯 꽁 머니 책임자 B씨는 2년에 걸쳐 학생 4명의 인건비 1500여만원을 빼앗아 LG그램(노트북), 에어팟프로(이어폰) 등을 개인용으로 구매했다.

이밖에 C기업은 슬롯 꽁 머니 재료비를 받은 뒤 대표자가 소유한 다른 업체 비용으로 8800만원을 썼고, D기업은 슬롯 꽁 머니 개발비를 타서 회사 사무실을 리모델링하는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기평의 슬롯 꽁 머니 부정 집행 문제는 매년 국감에서 지적돼 왔다. 그러나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후에도 부정 집행 규모는 오히려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19억4400만원이었던 부정집행액은 2020년 18억5100만원으로 소폭 줄었다가, 지난해에는 19억 6400만원으로 늘었다.

환수 금액도 줄었다. 2019년에는 19억4400만원 중 14억3100만원을 환수했으나, 지난해에는 19억6400만원 중 11억6900만원을 돌려 받았다. 다만 산기평은 슬롯 꽁 머니 부당 집행 방지를 위해 현장 조사를 강화하고, 슬롯 꽁 머니 상시 점검을 분기 단위에서 월 단위로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의원은 "슬롯 꽁 머니 부정집행 문제는 연구개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위해 반드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라며 "현장 점검 강화와 함께 슬롯 꽁 머니 집행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고, 연구자들의 윤리 의식 고취를 위한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과정에서 연구진의 창의성과 연구 환경이 훼손되지 않도록 균형 잡힌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