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직자만 받는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되면 국내 기업들이 추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연 6조8000억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법원이 조건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판례를 내놨지만, 최근 정반대로 결론을 낸 하급심 판결이 나오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10일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 산입 시 슬롯 사이트적 비용과 파급효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재직 중인 직원에게만 지급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할지를 놓고 특수강 제조업체 세아베스틸이 진행 중인 법정 공방을 계기로 작성됐다.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은 기업들이 홀수나 짝수 달에 지급한 상여금을 말한다. 지급한 달에 재직 상태인 직원들만 받을 수 있도록 조건을 달아 통상임금에 산입되지 않는다는 판례를 받자 여러 기업이 이 제도를 채택했다.

보고서는 지난달 시행한 210개 회원사 설문조사와 고용노동부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조사’ 자료를 토대로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되면 연간 6조7889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발생한다고 추정했다. 이 금액은 통상임금 산입 여부에 영향을 받는 기업의 1년 치 순이익의 14.7%에 달한다. 경총은 “연간 9만2000명 이상을 고용할 수 있는 인건비에 해당하며 지난해 기준 한국 전체 청년 실업자에게 1인당 연간 2794만원을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설명했다.

경총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되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9인 이하 사업장과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의 월 임금 총액 격차는 기존 월 321만9000원에서 351만7000원으로 커질 것으로 계산했다. 지난해 기준 29인 이하 사업장의 근로자는 1030만 명으로, 전체 임금 근로자의 58%를 차지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근로자는 252만 명으로 14.3%다.

경총은 보고서에서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면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확대되면서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이중구조가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