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사이트 업 원래 날씬했다, 산토리가 잔꾀를 쓰기 전까지 [서평]
치약이 나왔을 때 처음엔 쓰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아무 맛이 없어서 치약을 묻혀 닦아도 물만 적신 칫솔로 닦는 것과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금처럼 입안 가득 시원한 향이 퍼지는 민트 맛 치약이 처음 나왔다. 민트 맛은 세정력과 관계가 없지만, 시원한 향은 사람들로 하여금 치아가 더 깨끗해진 느낌을 줬다. 이는 칫솔에 치약을 묻히는 습관이 대중화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의 한 광고대행사가 쓴 <본능 스위치는 소비자로 하여금 상품의 장점을 극적으로 느끼게 만들고, 자꾸만 쓰고 싶어지게 만드는 히트 상품의 비결을 파헤친다. 책은 소비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히트 상품의 요소를 이른바 '본능 스위치'라고 부른다.

민트맛 치약과 유사한 본능 스위치는 땀 닦이 시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땀 닦이 시트는 끈적한 피부를 청결하게 만드는 게 기본 기능이다. 제조사 측은 여기에 순간적인 냉각 효과를 더했는데, 이는 시원한 느낌으로 제품이 주는 청결한 느낌을 강화하기 위한 장치다.

맥주잔과 비슷하게 디자인된 하이볼잔은 '세리머니형 본능 스위치'다. 1970년대, 일본 주류업체 산토리는 저조한 위스키 판매량을 늘리고자 하이볼을 마케팅에 활용했다. 원래 하이볼잔은 날씬한 유리잔이었지만, 산토리는 맥주 대신 하이볼 소비를 늘리기 위해 생맥주잔과 유사한 하이볼 전용잔을 개발했다. 소비자들이 커다란 생맥주잔을 들고 건배를 위친 뒤 꿀꺽꿀꺽 마시는 행위에 쾌감을 느낀다는 점에서 착안한 아이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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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양품에서 출시해 큰 인기를 끈 벽걸이형 CD 플레이어도 마찬가지다. 이 CD 플레이어는 일본 주택의 환풍기 모양으로 디자인됐다. 환풍기는 끈을 당기면 팬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해서 시간이 지나면 회전 속도가 안정되고 바람 소리도 일정해진다. 무인양품은 이 일련의 동작을 오디오 기기에 적용, 끈을 당기면 CD가 서서히 회전하기 시작하면서 음악이 흘러나오도록 했다. 생활 기기를 작동시키는 느낌을 오디오에 접목해 음악으로 해당 공간을 환기시키는 느낌을 준 것이다.

배달 어플리케이션이 제공하는 배달 기사 위치 정보 시스템은 소비자의 기다림을 기대감으로 바꾸는 본능 스위치다. 기존 음식 배달 서비스는 상품이 도착할 때까지 별다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고객이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지금은 '준비 중', '상품 배달 중' 등 단계를 알 수 있고, 배달원이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자신이 있는 곳으로 상품이 점점 다가오는 상황을 시각화해 조금씩 기대감을 키우는 방식이다. 대기 시간을 지루함에서 설렘으로 바꿔 배달 서비스의 체험 가치를 높인 셈이다.

성공한 제품이나 서비스에 숨겨진 요소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책이다. 소비자의 본능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기존의 브랜드·마케팅 책과 차별화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