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업체가 법정 최고 이자율(20%)의 세 배 이상을 받으면 채무자의 원금과 이자 반환 의무를 모두 무효화하는 법안이 4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반사회적인 불법 대부 계약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자”는 데 여야가 힘을 모은 결과지만, 급전이 필요한 이들이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3일 법안심사 제1소위를 열고 대부업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통과된 안에는 등록·미등록 대부업체가 최고 이자율을 넘는 이자를 받았을 경우 계약의 효력을 제한하는 내용도 담았다.

특히 연이율 60%를 초과하는 대부 계약에 대해서는 원금과 이자 계약을 모두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를 담았다. 또 성 착취 추심, 인신매매, 신체 상해, 폭행, 협박 등을 전제로 체결된 계약을 무효화할 수 있도록 했다. 정무위 관계자는 “사회적 통념에 현저히 어긋나는 ‘반사회적 계약’이 이뤄졌다면 금융 소비자가 원금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대부중개업자의 자기자본 요건도 강화됐다. 온라인은 1억원 이상, 오프라인은 3000만원 이상으로 규정했다. 미등록 대부업자의 명칭은 ‘불법 사금융업자’로 변경하기로 했다. 현행법에 벗어난 불법 업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미등록 대부업 범죄의 형량도 기존 징역 5년에서 10년으로, 벌금은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했다. 최고 슬롯사이트 꽁머니를 위반할 경우의 처벌도 징역 3년이던 것을 5년으로, 벌금은 기존 3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올리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달슬롯사이트 꽁머니가 높아진 가운데 법정이자율은 낮아져 취약계층에 돈을 빌려주겠다고 나서는 곳이 없다”며 “강화된 규제로 오히려 저신용자들의 어려움이 커질까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