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의 반도체 소재 기업 삼양엔씨켐이 “이르면 연말 고대역폭메모리(HBM) 노광 공정에 필요한 포토레지스트용 소재를 납품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회식 삼양엔씨켐 대표는 6일 서울 여의도동 63빌딩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HBM용 소재 시장을 초기에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HBM을 만들기 위해 D램을 쌓으려면 범프로 연결해야 하는데, 범프용 포토레지스트를 제조할 때 필요한 소재를 공급하겠단 계획이다. 당장 내년 매출은 수십억원 정도이지만, 인공지능(AI) 산업이 커지자 HBM 수요가 늘며 시장도 확 커질 전망이다.

삼양그룹은 2021년 엔씨켐을 인수한 뒤, 반도체 포토레지스트용 소재 사업을 본격화했다.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오너 4세인 김건호 사장이 이끄는 화학2그룹(고부가가치 소재 사업군)에 편입된 핵심 계열사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노광 공정에 필수 소재다. 삼양엔씨켐이 만드는 제품은 포토레지스트 생산에 필요한 고분자(폴리머)와 광산발생제(PAG) 등이다.

삼양엔씨켐은 국내 포토레지스트용 소재 기업 가운데 최대 생산 설비를 보유했다. 공장 가동률은 제품별로 45~64%에 불과하지만, 실적은 계속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986억원, 영업이익은 73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3분기 영업이익은 80억원으로 지난해를 넘어섰다. 정 대표는 “리드타임(주문에서 생산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여 오히려 가동률을 낮추는 게 목표”라며 “삼양엔씨켐은 일반 화학 공장과 달리 연속 생산하지 않아도 돼 이익률이 높이기 위한 방안”라고 설명했다.

삼양엔씨켐은 내년 2월 기업공개(IPO)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총 공모 금액은 176억~198억원이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차입금을 상환한다. 정 대표는 “현재 가동률을 보면 2000억원 이상 수주를 더 올려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우선 차입금을 상환해 향후 증설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