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증시가 비틀거리자 최근 한 달 사이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9000억원어치를 순온라인 슬롯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대표 종목들의 저평가가 심화되면서 저가 온라인 슬롯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국내 주요 대기업이 잇따라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 휘청이자 사들인 온라인 슬롯

온라인 슬롯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최근 1개월(11월6일~12월6일) 사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2조9617억원어치를 온라인 슬롯. 연기금은 코스피지수가 연중 고점이던 지난 7월 유가증권시장에서 825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후 8월 6944억원, 9월 1537억원, 10월 4584억원, 11월 2조2319억원 어치를 온라인 슬롯. 12월 들어서도 지난 6일까지 6055억원 어치를 온라인 슬롯. 증시 상승기엔 매도세를 보였지만 연말 증시가 부진해질수록 매수 규모가 커졌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하고 3분기 상장사 실적 부진 여파까지 겹치면서 최근 1개월 사이 코스피지수는 5.28% 하락했다. 이런 가운데 연기금이 소방수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인투자자는 최근 한 달 새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7681억원 어치를 온라인 슬롯지만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제외하면 오히려 5411억원 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이 주로 사들인 ETF 상당수가 해외주식형 ETF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국내 증시를 이탈한 셈이다.

온라인 슬롯
주요 종목들의 저평가가 심화되면서 연기금이 온라인 슬롯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코스피200지수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지난 6일 기준 8.52배 수준이다. 최근 10년 평균인 10.92배를 크게 밑돈다. 12개월 선행 PBR은 0.83배에 그쳤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코스피200 기업의 시가총액이 기업들의 자산 장부가보다 낮다는 얘기다.

기아,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대기업이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것도 장기 투자를 하는 연기금을 움직이게 한 요인이다. 온라인 슬롯 한 달 사이 밸류업 공시를 한 기업만 29개에 달했다.

○반도체·2차전지 대표주에 베팅

연기금이 집중 매수한 종목은 반도체, 2차전지 등 국내 대표 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개월(11월6일일~12월6일) 사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삼성전자로 4213억원어치를 온라인 슬롯. 이어 LG에너지솔루션(1820억원)과 SK이노베이션(1667억원), 네이버(1444억원), 현대자동차(1362억원), 카카오(1305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달 14일 5만원 선이 무너진 삼성전자는 10조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뒤 주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4일부터 이달 6일까지 주가는 8.42%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주가의 발목을 잡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내년 2차전지주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이 많지만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은 경쟁사 대비 비교적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자동차 세액공제 혜택을 폐지하더라도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는 타격을 덜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환율, 관세 등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점에서 온라인 슬롯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네이버는 온라인 슬롯 한 달 16%, 카카오는 21.75% 올랐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