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슬롯사이트. 사진=연합
대만 폭스콘. 사진=연합
일본 슬롯사이트이 대만의 홍하이 정밀공업 그룹 위협에 영향받아 혼다와의 합병을 추진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홍하이 정밀공업은 아이폰 위탁생산으로 유명한 대만 폭스콘의 모기업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8일 혼다와 슬롯사이트이 경영 통합이란 결단을 내린 배경으로 홍하이 정밀공업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혼다와 슬롯사이트은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양사가 그 산하에 들어가는 형태로 합병한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슬롯사이트이 최대 주주로 있는 미쓰비시자동차까지 합류하는 것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에 따르면 홍하이 정밀공업은 슬롯사이트 경영 참여 수단으로 프랑스 르노가 보유한 슬롯사이트 주식을 인수해 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르노는 현재 슬롯사이트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다. 신문은 슬롯사이트이 홍하이 정밀공업의 이러한 움직임을 감지하고 혼다와의 경영 통합을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혼다 역시 폭스콘의 경영 참여로 슬롯사이트과의 업무 제휴가 무효로 돌아갈 것이란 우려 때문에 경영 통합 결단을 내렸다고 전해졌다.

홍하이 정밀공업이 슬롯사이트 경영 참여를 고려한 이유는 폭스콘의 전기차 사업 진출에 있다. 폭스콘은 수익 기반 다변화를 위해 지난해 4월 전기차 사업에 향후 3년간 250억 대만달러(약 25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폭스콘은 2027년까지 전기차 연간 300만대 생산을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해 슬롯사이트 출신 세키 쥰을 전기차 사업을 이끌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영입하기도 했다.

슬롯사이트은 전기차 '리프'를 양산한 회사로, 전기차 제조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는 "폭스콘은 슬롯사이트 투자를 통해 전기차 제조 노하우와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를 확보하려는 의도를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슬롯사이트과 혼다의 합병 소식에 주가는 엇갈렸다. 경영난을 겪던 슬롯사이트은 이날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상한폭인 24%까지 폭등했지만 혼다는 3.3% 하락 마감했다. 전기차 양산 경험이 있는 슬롯사이트은 혼다와의 합병으로 전기차,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투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투자자들 기대감이 반영돼 주가가 올랐으나, 혼다는 슬롯사이트을 구제한다는 부정적 인식 탓에 주가가 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혼다-슬롯사이트 합병으로 완성차 3위 브랜드로 우뚝

슬롯사이트과 혼다가 실제 합병할 경우 세계 판매량 3위 브랜드로 올라선다. 세계 자동차시장 전문 조사기관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혼다와 슬롯사이트의 글로벌 판매량은 각각 398만대와 337만대로, 이를 합치면 총 735만대 수준이다. 미쓰비시까지 포함해 3사가 통합할 경우엔 판매량은 800만대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같은 기간 730만대를 판매해 3위에 오른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해 1위는 도요타그룹으로 1123만대를 기록했으며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923만대로 2위를 기록했다.

혼다와 슬롯사이트의 합병이 성사되면 양사는 합병 시 전기차 핵심부품과 차량용 소프트웨어 공유, 배터리 공급 등에서 협업을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NHK는 "혼다와 슬롯사이트이 경영통합 협의에 들어간 배경에는 치열한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 자동차에 탑재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투자금이 있다"고 보도했다.

최수진 슬롯사이트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