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겠다며 지난달 출범한 밸류업 상장지수펀드(ETF)들이 힘을 잃어가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외면 속에 돈이 빠져나가면서 거래량도 급감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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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 ETF의 거래량은 5만3694주다. 지난달 4일 상장 당시 거래량 857만9580주에서 99.4% 감소했다. ‘’ ETF도 같은 기간 거래량이 816만8487주에서 33만2902주로 95.9% 급감했다.

밸류업 ETF가 동력을 잃은 것은 정치 불안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밸류업 정책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TIGER 코리아밸류업 거래량은 상장 이후 꾸준히 100만 주 이상을 유지하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지난 3일 이후 100만 주 밑으로 떨어졌다. 이후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이후엔 17만2319주까지 쪼그라들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밸류업이 윤석열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만큼 정책에 대한 기대가 무너져 투자자가 이탈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밸류업 ETF의 부진한 수익률도 투자자가 등을 돌린 배경이다. KODEX 코리아밸류업은 지난달 4일 이후 4.76% 하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보다 1.15%포인트 적게 떨어졌지만 암호화폐와 미국 주식으로 높아진 투자자 눈높이를 맞추기엔 역부족이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12개 밸류업 ETF는 모두 손실을 보고 있다. 펀드매니저가 종목 비중을 조절하는 액티브 ETF인 ‘’ ‘’의 상장 이후 수익률도 각각 -5.69%, -3.11%에 그쳤다.

한국거래소가 코리아밸류업지수에 힘을 싣겠다며 16일 , , , , 등 5개 종목을 추가하고 밸류업펀드를 3000억원 추가 조성한다고 밝혔지만 분위기는 여전히 냉랭하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해 온 밸류업 프로그램이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커졌다”며 “일본처럼 장기간 노력을 들여야 안착이 가능한 정책 과제가 또 다른 국면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